나의 두 번째 언어-스페인어로 살다 #3
“Soy coreana 소이 꼬레아나 (나는 한국 사람이에요.)”
이 말은 스페인에서 지낸 5년간 줄기차게 내가 해야 했던 말이었다.
계속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 외국 살이 이기도 하거니와 외국인이라면 어느 나라인지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라는 질문보다는 “중국 사람이니?” “일본 사람이니?”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오는 경우가 더 많다. 처음부터 “너 한국 사람이니?”라고 물어보는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겨우 나의 정체성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하고 나면 바로 이어지는 흔한 질문이 있다. 바로 ‘북쪽이야 남쪽이야’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굳이 외국에 살지 않고, 여행만 가도 경험하게 되는 아주 흔하디흔한 상황이다.
외국가면 애국자가 된다고들 하는데 애국자라기보다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설명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고 해야 더 맞는 말일 듯싶다.
한번은 바에서 만난 아저씨들과 이야기 중에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세비야 근처에 ‘너희 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의아했던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그곳의 이름이 “꼬리아 델 리오(Coria del rio)”였고 과거 일본인들이 이주해와서 일본인 후손이 많이 사는 곳이었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자리 잡은 일본인의 후손이면서 스페인 사람은 성에 ‘하뽄(Japon, 일본)’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 아저씨는 동양인들이 사는데 동네 이름이 꼬리아이니 ‘한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스펠링도 Corea가 아니라 Coria였는데 말이다.
뭐 그렇거나 말거나 그들에게는 내가 한국인이건, 중국인이건 그것이 그렇게 관심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저 아시아 사람, 우리와는 다른 먼 나라 사람 정도의 범위 쯤으로 나의 자리를 가늠할 뿐이다. 몇 번을 ‘나는 한국인이야’”라고 해도 다음에 만나면 “너 일본인이라고 했지?’ 이러는 것이 다반사이니 말이다.
그리고는 매일 미안하다는 사람들에게 나는 종종 말하곤 했다.
“괜찮아. 나도 이탈리아 사람인지 스페인 사람인지 맨날 헛갈리니까 말이야.”
최근 한국에서 만난 한 어린 친구가 자기소개를 할 때 ‘나는 우주인이에요’라고 소개하는 걸 듣고 참 괜찮은 생각인 듯 했다. 국경이라는 것이 사실 그다지 크게 의미가 있을까. 내가 한국인이건 아니건 그와 나와의 관계에서 한국인이기에 달라질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저 우리는 지구인이며 우주인인 것이 훨씬 우리를 위한 좋은 경계일 수도 있겠다.
스페인어 모든 명사는 성이 있다. 중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커피'는 남성일까 여성일까? '책상'은? 이런 질문을 해야하는 것이다. (커피는 남성, 책상은 여성이다. 생각한 것과 일치했는지?). 한국인처럼 대상에 따라 성이 구분되는 단어는 남자 한국인 coreano, 여성은 coreana, 이런 식으로 구분해 쓴다. 참고로 우리가 잘 아는 자연현상 이름인 엘 니뇨(el niño, 남자아이) 라 니냐(la niña,여자아이) 역시 이런 스페인어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