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안녕’- Hola ¿Qué tal?

나의 두 번째 언어-스페인어로 살다 #4

by 로하

낯선 나라를 여행하기 전 최소한으로라도 기억하고 가는 그 나라의 말이 있다면 바로 인사일 것이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는 모든 언어에서 처음 우리가 쉽게 찾게 되는 말이다.

외국 살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당연히 인사말이고 그쯤이야! 하는 가벼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나는 스페인어를 한국에서 5년이나 배우고 가지 않았겠는가. 그랬기에 인사쯤은? 하는 자만심이 있었다. 하지만 곧 ‘안녕’ 인사하는 것마저도 현지에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지내?”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중 실제로 현지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은 “Qué tal 께 딸?”이다. 문제는 “Hola ¿Qué tal? 올라! 께 딸(안녕 어떻게 지내)?”하고 인사를 하는 친구들에게 외국어 교재 1장에 나오는 대화의 공식에 맞게 대답 거리를 준비하고 있으면 이미 이 친구들은 자기 할 말을 하고 있기가 일쑤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왜 물어놓고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는 거야? 라며 당황하기도 했고 내가 외국인이라고, 언어에 서툴다고 무시하나 하는 서운한 맘이 들기도 했다.


스페인어에서 ‘어떻게 지내냐?’는 대답을 필요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꽤 친해진 친구에게 그동안의 서운함을 토로하고 나서였다. 스페인어로 “올라! 께 딸?”은 한 묶음이 ‘안녕’의 개념이라고 친구는 대답해 주었다. 우리나라 인사말 “안녕하세요?”가 의문문이지만 굳이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말로 하는 인사만 어려울까. 스페인의 볼 키스 인사는 어떤가? 스킨십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볼 키스로 인사하는 방식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두 명 만나는 자리가 아닌 사람이 많을 때는 일일이 돌아가며 볼 키스를 하는 데 인사하는 데만 시간이 한참이 걸렸다. 그냥 손을 흔들며 ‘안녕’하면 될 것을 뭐 그렇게 번거롭게 하냐며 종종 툴툴거렸고 그런 나를 차갑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아무래도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안녕’을 이야기하는 것이 덜 어색해지고, 굳이 특별한 인사말이 없어도 되는 그런 일상을 갖기까지의 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외국어 교재 1장에 항상 등장하는 인사말이 가장 쉬운 표현이 아닌 사실은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표현이라는 것을 그렇게 알게 되었다.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한국에 와서 나는 확실히 스킨십이 많아졌다. 문득 포옹하고 손을 잡고 어깨를 쓰다듬는 것들이 몸에 배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흠칫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스페인 초보 생활자일 때 내 모습이 떠올라 종종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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