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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Oct 21. 2022

아침형 인간, 이 좋은 걸 당신들만 했었다고요?

나의 라이프콘텐츠 휴식법을 소개합니다 ①

"잠은 죽어서 자면 돼." 10년도 더 전에 한 술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선배가 있었다. 실제 그의 삶은 드라마 속 잘 나가는 실장님 같았기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 술 더 떠 '멋있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나는 저런 생각을 진작하지 못했을까'하고. 그러니 저 선배와 나의 삶이 다르구나 싶었다.

       

얼마 전, "잠죽자"라는 말을 배웠다. "잠은 죽어서 자자"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은 여전히 잠을 미루고 있다는 점에 너무 놀라서. 하긴 나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잠죽자"라는 유행어를 모르고도 "잠죽자"의 삶을 살던 사람이었으니.


돌이켜보면 나는 평생 "잠죽자" 라이프를 살았다. 대단한 일을 해보자고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저 새벽 시간의 고요함이 좋았다. 그 시간대에 듣는 라디오는 꿀맛이었고, 새벽 감성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했으며, 뜻밖의 위로를 주었다. 언제나 그랬다. 그러니 잠을 자는 대신 새벽의 낭만을 택할 수밖에.

 

직장인이 된 후로의 "잠죽자"는 넘치는 업무 때문이었다. 도파민이 폭발해 끝도 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살았기 때문인데, 정말 문자 그대로 잠잘 시간이 없었다. 분출된 도파민에 의존해 쪽잠으로 때웠다. 부질없지만 가끔 생각한다. 만약 내가 잠이라도 잘 잤다면, 스트레스로 인한 가벼운 번아웃 정도로 끝났을 일이라고. 잠을 거의 자지 않았기 때문에 병을 키웠을 거라고.


깨어 있는 시간이 긴 사람 즉, 수면 시간이 짧고 수면의 질이 나쁜 사람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인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아픈 줄도 모르고 4년의 시간을 보낸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로 살았으니까.



우연히 들었다. 정확히는 들렸다. 들뜬 마음에 그분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기에. 좋은 이야기니까 일부 나눠보자면, 요는 이렇다.

   

그는 요즘 하루가 설레고 새롭다고 말했다. 집-회사-집-회사로 반복되는 지루한 삶에 코로나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운동을 시작하고 삶이 달라졌고, 심지어 즐거워졌다는 것. 헬스장에 가고 싶어서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면서 너희들도 당장 운동을 시작하라는 김종국스러운 일장연설이 계속되었다. 그분의 '신남'이 말에 묻어나고, 카페의 공기까지 바꾸었다. 덩달아 내 마음까지. 하마터면, 커피를 들고 합석을 할 뻔했다. 나도 입이 근질근질한 일이 있어서.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의 예찬론자가 되었다. 잠자는 일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정확히는 잘 자고 일어나 맞는 아침의 상쾌함. 이 개운한 기분을, 이 가뿐한 마음을 평생 모르고 살았다니 억울할 정도였다. 잘 자고 일어난 후 피곤함이 하나도 없는 컨디션 100%, 극 '쾌'의 상태를 경험했기에 나는 더 이상 야행성 올빼미의 삶을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최상의 상태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치웠는데도 시계를 보면 아직 아침 8시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간 '아침형 인간들'이 일찍 일어나라고 닦달하던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음악도 듣고, 명상도 하고, 식사를 끝내고서도 오후가 시작되지 않는 삶이라니.

   

요양인이 아닌 직장인이었다면 이렇게 활용했겠지. 점심시간 전, 높은 효율을 발휘하면서 중요한 업무를 끝내고 오후 업무 시간에는 덜 중요한 일을 덜 열심히 하도록 업무 배분하기. 자기 계발서의 저자들이 수없이 말하던 '업무효율을 높이는 법'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그간 수없이 많은 책에 밑줄을 그어댔지만 전혀 공감하지는 못했던 문장이 되살아나는 경험이었다.


늘 피곤한 아침. 커피로 카페인을 수혈하며 하루를 맞이하는 삶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제는 커피 없이도 활기찬 하루를 보낸다. 옛말 틀린 것 없다. 정말로 "잠이 보약"이다.



우리는 잠자는 일을 죄악시하는 사회에서 자랐다. 나 역시 잠자는 대신 일 하는 삶의 가치를 더 높게 치며 살았다. 당연히 아니다. 잘 자야 잘 산다. "잠죽자"를 자주 외치면 정말로 원 없이 잠만 자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제가 거의 그 문턱 앞까지 다녀온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생활 에너지가 충전되는 활동을 ‘라이프콘텐츠 휴식법’라고 명명했다. <일찍 자기>는 나의 라이프콘텐츠 휴식법 중 하나다. '잠자기=나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뀌니 더 이상 늦게 잘 이유가 없었다.

    

22시 30분 전에 잠들고 6시 30분에 일어날 때, 가장 활력 넘치는 아침을 맞이한다. 적어도 23시 전에는 잠들어야 “잘 잤다”는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다. 내게 맞는 수면 패턴을 찾기 위해 몇 주간 기록하고 평균을 낸 결과다. 수면 전문가들 역시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적합한 수면시간이 다르기 때문. 연구에 의하면 평균 7시간을 자는 것이 가장 건강에 좋다는데, 나 같은 경우 7시간을 자면 내가 원하는 완전한 개운함을 느끼지 못하기에 8시간을 지킨다.

  

어른들은 왜 하루 4시간만 잤다는 나폴레옹과 에디슨 얘기만 주야장천 했을까. 하루 10시간씩 잤다는 아인슈타인 얘기는 왜 꼭꼭 숨겨두었을까. 아마도 그 어른들이 아이였을 때, 덜 자고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만 듣고 자랐을 테니 그렇겠지? 이젠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아인슈타인의 수면 시간이 10시간이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줍시다. 그리고 잠은 죽어서 말고, 지금 잡시다! 미루는 건 8282 민족과 어울리지 않는 일이니까.


휴가를 부추기던 여행작가였다. 번아웃을 방치하다 희귀병 환자가 되었다. 3년 동안 요양하며 깨달았다. 우리 삶엔 가끔의 휴가보다 매일의 휴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나답게 일하고, 나답게 잘 쉬고, 나답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화로운삶연구소>의 소장이 되었다. 날마다 일상의 작은 기쁨을 충전하면서 ‘잘 쉬는 기술’을 궁리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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