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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Oct 19. 2022

"에너지가 없어요."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법

라이프콘텐츠로 휴식하기

에너지가 없어요.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되어야 하루를 잘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좋아서 휴식을 미루고 자꾸만 쉼의 기준을 높였다. 하여, 나는 원인을 모른 채 시름시름 앓으며 병들어갔다. 무려 4년 동안 말이다.


2번의 전조증상을 겪었다. 3주 이상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야만 했다. 스테로이드 부작용도 겪었다. 얼굴이 달덩이처럼 동그랗게 부어오른다고해서 문페이스라고 불리는. 끔찍했다.


누가봐도 아픈 사람아닌가. 그렇지만 "이제 스테로이드 복용을 중단해도 되겠어요."라는 의사의 말을 "이제 일하셔도 돼요."라는 말과 동일시했다. 한 달이 넘도록 속도를 늦췄으니 오히려 더 달려야 한다고 믿었다. 어쩜 좋을까.


쉬었어야만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늦춰달라는 요청을 했어야만 했다. 몹쓸 책임감이 문제였다. 민폐를 끼치기가 싫었다. 시작했으니 끝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또 밤을 새며 일했다.


쉬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한 번에 연체된 고지서가 날아 오듯 마음 불편한 일들이 계속 밀려들었다. 줄줄이 계약된 프로젝트를 취소해야만 했다. 여러 권의 책 계약도 파기 해야만 했다. 논문학기를 앞두고 대학원을 휴학해야만 했다. 덩달아 학업을 끝내고 전직하려던 계획도 망해버렸다. 열심히 쌓아올리고 힘차게 내달렸던  커리어가 눈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보는 심정이란. 정말로 인생이 완전히 끝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속수무책. 나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수명을 다해 충전되지 않는 휴대폰 배터리 같았으니까.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법

3년 차 요양인.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잘 쉬는 법'의 이치를 깨달았달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거창하고 새로운 방법은 없더라는. 김이 새는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적재적소에 능력치를 발휘하는 게임 속 절대 아이템처럼 즉각적으로 활용 가능한 노하우를 풀지니.      



에너지가 충전되는 '라이프콘텐츠' 휴식법을 즐겨라!


<라이프콘텐츠 휴식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라이프콘텐츠'는 누워있다가도 이불을 박차고 나갈만큼 설레는 일을 말한다. 그러니까 어떤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절로 에너지가 충전되는 일.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바꾸자면 취미 활동 정도라고 말하면 될까.   


<라이프콘텐츠 휴식법>은 심리적 에너지가 충전되는 활동과 신체적 에너지가 충전되는 활동으로 이뤄진다.


나의 심리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라이프콘텐츠 중 하나는 '클래식 음악 듣기'. 음악을 들을수록 에너지가 차오르고 의지력이 샘솟는 게 느껴질 정도다. 폼롤러 위에 누워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이곳이 극락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명상 효과와 같다고 느낀다. 일단 숨가쁜 호흡이 음악의 템포에 맞춰진다.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감각이 곡의 길이에 따라 느려진다. 곡 하나가 끝나려면 못해도 평균 20분에서 30분을 기다려야 하니까.     


폼롤러 위에 누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나는 내 속도에 맞는 호흡을 되찾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숨을 내뱉지 않고 참는 습관도 고쳤다.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을 끝내면 어떤 '라이프콘텐츠'로 에너지를 충전할 지를 고른다. 결정하는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을 때는 무조건 음악을 들으며 에너지를 충전하도록 정해두었다.      


다음으로 나의 '체력충전 라이프콘텐츠'는 <음악관람 여행>을 떠나는 것. 충전된 심리적 에너지가 움직일 동력으로 연결된 경우다. 덕분에 온 몸으로 거부했던 '걷기'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걷기 싫은 마음보다 음악을 직접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공연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피곤하지만 피곤하지가 않았다.      


심리적, 신체적 에너지의 소진과 충전을 조율할 줄 알게 되면서 나의 몸과 마음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에너지가 없고 늘 피곤해요.”라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기에.      


"잘 쉬셔야 해요."라는 당부에 멀뚱멀뚱 쉬는 법을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안다. 잘 쉰다는 건, 즉각적으로 기쁨이 충전되고 오래도록 즐거움이 지속되는 나만의 '라이프콘텐츠'를 만들고, 누리는 일이라는 것을.


보조배터리를 가져나오지 않은 날은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될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외출한 날은 어쩐지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 나만의 라이프콘텐츠는 풀 충전된 보조배터리다. 그러니 가능한 자주 충전하시길! 단, 너무 늦게 않게요.                       


휴가를 부추기던 여행작가였다. 번아웃을 방치하다 희귀병 환자가 되었다. 3년 동안 요양하며 깨달았다. 우리 삶엔 가끔의 휴가보다 매일의 휴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나답게 일하고, 나답게 잘 쉬고, 나답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화로운삶연구소>의 소장이 되었다. 날마다 일상의 작은 기쁨을 충전하면서 ‘잘 쉬는 기술’을 궁리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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