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생활 독서 기록법
나의 독서목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남는 게 있는 독서였다. 적어도 책을 읽었으면 읽은 티는 나야 하는 법이니까.
핵심내용을 기억하고, 내 생각과 느낌을 덧붙일 수 있으며, 새롭게 배운 것은 어디에든 활용해 보기. 이 세 가지가 내가 원하는 '읽은 티'의 전부였다.
남는 게 있는 독서 기록법을 실천하면서 제일 먼저 달라진 것이 있다. 드디어 책의 핵심 메시지를 기억하게 된 것. 책 제목만 봐도 연관검색어처럼 주요 키워드와 핵심내용이 떠오른다.
'좋다', '아니다'의 단편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책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생각과 느낌을 덧붙여 좋은 이유와 싫은 이유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만의 관점이 생겼달까.
생활력도 높아졌다. 직장 '생활'과 일상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매일 생겨났으니까.
결정적 한 방이 없어 지지부진하는 업무에 날개를 달아주듯 인사이트를 써먹었다. 자연히 업무 생산성도 좋아졌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업무를 하나씩 해낼 때마다 알게 모르게 소프트스킬이 향상되었음을 체감했다. 적재적소에 발휘되는 일센스가 좋아졌다는 걸 느껴졌기 때문에.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더 성장했다는 ‘확신'이 '매일 읽기'의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 매일 아침 커피로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하듯 읽고 쓰기로 하루 치의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 위로와 평온함을 충전했다.
'살아서 뭐 하나?' 같은 마음이 '그래도 인생은 살만하지'라며 마음을 뒤집도록 이끌어주었고, 분노를 치우고 너그러움을 베푸는 빈도가 늘어났다. 달라이 라마나 에픽테토스의 아포리즘에 감화된 날에는 더욱더. 책과 책이 연결되어 지식의 확장이 일어날 때의 짜릿함은 또 어떻고.
돌아서면 까먹기 바빴던 내가? 이 모든 걸 경험하고 있다고? 놀라울 뿐이다. 그저 기록 방법만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시작은 디지털 기록이었지만 이후 아날로그 기록법에 정착했다. 쓰는 품이 더 들어 수고스럽지만 그만큼 책의 내용을 선명히 기억할 수 있었으므로.
노트에 문장을 따라 쓰던 필사도 그만두었다. 원하는 독서 목표를 충족하기에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빼고 더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쓰기 쉽고, 한눈에 모든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아서. 그리하여 다섯 가지 영역을 종이 한 장에 정리하는 <1P 생활독서 기록법>을 만들었다.
▌1P 생활독서 기록법
책을 읽은 후, 한 장의 종이에 다섯 가지 항목을 기록하면 된다. 다섯 가지 항목이란 1)핵심내용과 키워드, 2)궁금한 점, 3)새롭게 배운 점, 4)기억하고 싶은 문장, 5)실행계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2~3 챕터를 읽고 기록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책에 밑줄 그은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옮겨 적는다. 쓰면서 또 한 번, 요약해야 할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이 걸러진다.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학창 시절 필기하듯 개조식으로 작성해도 좋고, 마인드맵핑을 해도 좋다. 나처럼 밑줄 그은 문장을 그대로 따라 써도 좋다.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는 이유는 필사를 하던 습관이 남아있어서이기도 하고, 다시 읽을 때 문장으로 읽는 걸 더 선호하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 번거로움을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개조식과 마인드맵핑보다는 그대로 따라쓰기가 편하기 때문. 어쨌든 핵심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하는 것. 편한 대로 쓰자!
핵심내용을 정리하면서 반복되는 주요 개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핵심내용을 잘못 파악할까 봐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경험에 비추어보면, 결국 나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보, 문장, 지식만 남게 되더라는. 그러니 내가 기억하고 싶은 내용만 요약하면 된다.
처음엔 나도 모든 내용이 다 중요해 보였고, 이걸 다 기억해야만 한다는 데서 부담감을 느꼈다. 후에 기록전문가 김익한 교수가 쓴 <거인의 노트>를 읽으며, 내가 기억하는 내용만 남겨 요약하는 정리법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핵심내용을 정리하면 책을 3번 읽은 효과가 난다. 처음 읽을 때 한 번.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을 때 또 한 번. 마지막으로 옮겨 쓰면서 또 한 번. 해서, 속독으로 읽어도 오케이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적어두는 곳.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적고, 생소한 개념이 나와도 적는다. 또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질문도 메모해 둔다.
이후 사전을 찾아보거나 웹서핑을 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결되는 또 다른 책을 읽으며 관심사를 확장해 나간다. 처음엔 낯선 주제여서 궁금한 점이 많지만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여러 권 읽고 나면 쓰인 질문보다 여백이 더 많이 남는다. 여기서 또 한 번, 내가 성장했음을 느낀다.
나의 서사에 책의 내용이 더해지는 과정이다. 핵심내용과 키워드를 요약한 후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무엇인지 쓴다. 이때, 왜 새롭게 다가왔는지 등의 이유, 생각, 느낌을 덧붙인다. 자연스럽게 여러 아이디어와 인사이트가 떠오른다. 이 또한 기록해 둔다.
읽은 책이 쌓일수록 전에 없던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배운 내용과 저 책에서 배운 내용이 융합되어 아이디어와 인사이트가 흘러넘치는 날도 있다. 죽었던(!) 뇌가 점점 되살아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새롭게 배운 점을 정리하면서 내게 진짜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자연스레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남게 된다. 직접 써보면 알겠지만 2~3 챕터에서 핵심 포인트는 많아야 5개 정도. 보통 2-3개다.
인용문구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기록해 둔다.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경우에는 칸이 부족해서 '핵심내용 및 키워드' 영역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쓴다.
새롭게 알게 된 점을 바탕으로 실행 계획을 세운다. 일상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적는다. 그날 할 수 있는 일은 그날 해보는 것이 원칙. 스크랩만 해두고 '언젠가 해야지'하고 묵혀둔 일이 많았음을 알고 있기에.
시도해 보고 좋으면 습관으로 녹이기 위해 노력한다. 호흡법에 관한 책을 읽고 난 후, 들숨보다 날숨을 더 길게 내쉬려고 매일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업무에도 활용해 본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언제 할지까지를 계획하기에 실천하기 쉽다. 강의 설계에 도움 되는 팁은 바로 적용해 보며 발전시켜 나간다. 기존의 콘텐츠를 매끈하게 다듬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종이 1장에 이 모든 걸 다 정리하는데 평균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독서 시간이 1시간이라면, 읽는데 45분을 쓰고 15분은 정리하는 데 사용하기를 권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테니 읽는 시간과 정리하는 시간은 본인의 페이스대로 조절할 것!
책 한 권을 다 읽을 필요도 없다. 목차를 보고 읽고 싶은 챕터만 읽어도 된다. 중요한 건 요약하고, 정리하며 기록하는 과정이니까.
핵심내용부터 실행계획까지. 이 다섯 가지 항목에 맞춰 읽은 내용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책이 내 것이 되었다는 확신을 가졌다. 읽어도 남는 게 없어서 독서를 소홀히 하셨던 분이라면 꼭 한 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 책 읽는 재미에 뿌듯함까지 몽땅 가져갈 수 있으리니.
오늘은 1P 생활독서 기록법을 따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해냈잖아요. 여러분은 더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좋은 걸 저만 할 수 없어서 공유해드리려고 해요. 오늘부터 생활독서 기록법을 실천해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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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 생활독서 기록법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PDF 파일(1P 생활독서 기록 sheet)을 보내드릴게요.
출력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소요. 생활독서를 시작한 후, 새 삶을 살게 된 기념으로 스스로 지은 이름. 소요(逍遙)하듯 살겠다는 의지로 개명을 결심했으나 필명으로만 쓰고 있다.
번아웃을 방치하다 희귀병 환자가 되었고, 요양생활 3년 만에 번아웃과 작별했다. 인생은 생활력이 전부라 믿으며 생활력 코칭을 전파한다. 생활력이란, 직장 '생활'과 일상 '생활'을 돌보고 지키는 힘. 사명감을 갖고 생활력을 높이는 생활밀착형 자기돌봄 콘텐츠를 만드는 데 골몰하는 중이다.
한 때 3권의 여행 책을 썼고, 생활력을 주제로 퍼블리에 글을 썼다. 당신의 번아웃만큼은 온몸으로 막고 싶다는 마음으로 <번아웃, 아웃 코칭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