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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Sep 23. 2023

책, 읽어도 남는 게 없으니

집중력과 기억력이 발목을 잡을 줄이야

"그 책 좋지."라는 말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전부라니. 충격이었다. 반년 동안 매일 책을 읽었는데 말이다.

   



뿐만 아니다. 책표지는 떠올랐지만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날도 있었다. 책 제목은 알아도 읽은 내용을 생각하려면 한참을 더듬거려야 했다. 설사 내용이 기억났다 해도 정리가 되지 않아 중언부언하기 일쑤.


노트에 필사를 했지만 읽은 내용이 기억나지 않기는 마찬가지. 손은 제2의 뇌라 불린다며? 필사를 하기만 해도 뇌를 더 활성화시킨다고 하더니만. 맙소사! 내게는 예외란 말인가.

      

읽어도 남는 게 없어서 책 읽기가 싫다던 누군가의 말이 격하게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뭐가 문제야?

속독이 문제일까? 성질이 급해 원래도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긴 했다. 300페이지가 안 되는 소설이나 실용서는 1시간 30분 남짓이면 마지막 책장을 덮었으니까.


요양 중에는? 달랐다. 처음엔 몇 단어를 읽는 게 고역이었고, 몇 주를 버틴 후에야 겨우 '읽기'에 익숙해졌으니까. 몇 달이 지나서는 읽는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예전만큼의 속도로 읽지는 못했기에 속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 나는 양으로 승부하는 사람이었다. 미식가라기보단 대식가인 성향을 닮아 책 읽는 방식도 '완독의 뿌듯함'만을 추구해 왔던 것. 닥치는 대로 읽기만 했고, "다 읽었다."는 느낌이 가장 중요했다.


책의 내용을 파악해 정리하고, 활용해야 하는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단숨에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한 뒤, 그 내용이 휘발되기 전에 과제를 해치웠다. 시험공부도 마찬가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려는 의지는 전혀 없었다. 벼락치기 독서를 고수한 벼락치기 인생이었다.


아프기 전까지는 이런 식의 독서 생활에 불편함이 없었다. 읽은 내용은 대체로 기억이 났고, 정확한 내용이 필요하면 어느 책에서 무엇을 어떻게 확인하면 되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억력과 집중력의 문제는 브레인 포그 증후군 때문이었다. 번아웃을 4년 동안 방치한 데다 요양 1년 차까지 스마트폰 폐인으로 살았으니, 뇌의 기능이 정상일리가 없지 않겠나. 그나마 매일 실천한 독서와 필사가 뇌 기능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준 격이었다.



매일 읽고 쓰기그다음은?

읽고 쓰는 생활로 나는 무엇을 얻고 싶은가? 서평가 금정연 선생님이나 평론가 신형철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품은 게 아니었다. "이 책 재미있어."라든가 "그 책 별로야."라는 단편적인 소감 외에 적어도 책의 핵심 내용만큼은 일주일 이상 기억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의견까지 덧붙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일 테지. 여기에 더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해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온갖 종류의 책을 하나씩 섭렵해 나갔다. 시키는 대로 다했다. 메모도 해보고, 키워드 정리도 해보고, 알록달록 색칠도 하면서. 물론 책의 여백에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다 해봤지만 이런 방법조차 통하지 않는 나의 뇌 상태라니.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어서 나만의 독서법을 찾기로

뭔가가 안 될 때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겠나. 해서, 독서 목표 달성을 위한 나만의 방법을 하나씩 시도해 나갔다. 그 끝에 드디어 찾아낸, 지금은 정착한 독서 기록법이 있다.


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기억할 수 있는가? 의견을 덧붙일 수 있는가? 배운 내용을 실천하도록 돕는가? 이 독서 목표 3종 세트를 무난히 완수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예스! 예스! 예스!


책 읽기, 좋은 건 알지만 남는 게 없어서 ‘읽는 생활’을 포기한 당신에게도 통하는 독서 기록법이라고 자신해 본다.


*앞으로는 '남는 게 있는 독서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남는 게 있는 독서야말로 나를 돌볼 수 있는 힘이 되니까요!

 



됩니다따라만 하세요.

당신을 위한 생활 독서 코칭 가이드 07

오늘 책 읽으셨나요? 오늘 읽은 책의 핵심내용은 무엇이었나요? 말로 뱉으셔도 좋고, 글로 쓰셔도 좋습니다.

               


이소요. 생활독서를 시작한 후, 새 삶을 살게 된 기념으로 스스로 지은 이름. 소요(逍遙)하듯 살겠다는 의지로 개명을 결심했으나 필명으로만 쓰고 있다.  


번아웃을 방치하다 희귀병 환자가 되었고, 요양생활 3년 만에 번아웃과 작별했다. 인생은 생활력이 전부라 믿으며 생활력 코칭을 전파한다. 생활력이란, 내 생활을 돌보고 지키는 힘. 사명감을 갖고 생활력을 높이는 생활밀착형 자기돌봄 콘텐츠를 만드는 데 골몰하는 중이다.


한 때 3권의 여행 책을 썼고, 생활력을 주제로 퍼블리에 글을 썼다. 당신의 번아웃만큼은 온몸으로 막고 싶다는 마음으로 <번아웃, 아웃 코칭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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