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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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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Nov 04. 2020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이제 나는 내 몸을 믿고 너를 믿는다

임신을 한 후로는 인간의 몸이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몸은 단순하고 똑똑해서 그 자체로 완벽한 지성을 가진다는 말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되는 요즘, 모든 증상에는 이유가 있고 몸은 신통방통하게도 필요에 따라 호르몬부터 근육과 지방, 피의 양까지 알아서 조절한다.


내가 할 일은 내 몸을 믿고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 타고난 심성이나 조건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몸과 습관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조금 단순하고 명료해진다.



20대까지는 무절제한 삶이 자유로운 삶이라고 생각했다.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놀고 싶은 만큼 놀고, 먹고 싶은 대로 먹었다. 서른이 넘으니 내 몸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꾸준히 공부를 하고,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 다른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임을 (드디어!) 알았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고기를 줄이자, 이왕이면 건강한 군것질을 하자, 오전 시간을 누리자, 아침을 꼭 먹자, 편한 신발을 신고 하루에 5000보 이상은 걷자,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자, 계단은 걸어 오르자…. 이런 사소한 습관들이 느리지만 분명하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이제 나는 내 몸을 믿고 너를 믿는다. 배가 콕콕 쑤셔도 불안해하지 않고 ‘아 여름이 집이 좁아서 집을 넓히고 있구나’, 출근을 하다가 조금 어지러워도 놀라지 않고 ‘아 여름이 크느라 내 피를 나눠 쓰고 있구나’ 한다.     


그러니까 여름아,

너도 나를 믿고 즐겁게 지내다가 나올 준비가 되면 무사히 나오렴.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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