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훌쩍 넘은 우리 아빠는 큰집에 가면 영락없이 골칫덩이 막내아들이 된다.
할머니는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왜 상가 안와(왜 아직도 안와). 형한테 전화해서 태워 달라고 해. 형한테 전화해. 알았지?”
택시 운전을 하는 큰아버지에게 전화해서 타고 오라는 거다.
어쩜. 아빤 평생 할머니에게 막내아들이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하긴 우리 아빠도 어디 가서 내가 매운 걸 못 먹고 ‘쓰읍 쓰읍’ 거리고 있으면 종업원에게 말하지.
“아이가 아직 매운 걸 잘 못 먹어서요.”
그 ‘아이’가 서른이 넘었다는 걸 까먹고.
내 아이가 생긴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저 아이도 내게는 내내 아이겠구나. 서른이 되고 오십이 되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