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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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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Apr 13. 2021

시간이 답이라는 말

삐뽀삐뽀. 비상이다. 여름이가 며칠째 징글징글하게 잠을 안 잔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늦어도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까지 '통잠'을 잔다는 남의 집 아이들과 다르게 여름이는 새벽 1시에나 겨우 잠에 든다. 일찍 재워보려고 별별 방법을 다 적용해보다가 그냥 포기했다. 우리 애는 나 닮아 야행성인가 보다, 실컷 데리고 놀다가 졸려할 때 재워야지. 단유를 한 3월부터는 그래도 12~1시쯤 잠들어서 아침 7~8시에 일어나 주었고,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230일 만에 드디어 우리도 잠다운 잠을 자는구나!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걸까. 일주일 전부터 자다가 수시로 깨서 엄마를 찾으며 운다. 호다닥 거실로 나와 다시 재우고 살금살금 안방으로 들어가면 30분이 멀다 하고 깨서, 며칠 전부터는 아예 여름이 옆에 내 침구를 가져다 놓았다. 밤새 아이 뒤척이는 소리에 반응하느라 자연스럽게 숙면과 멀어졌다. 그렇게, 나름대로 잘 짜였다고 생각한 루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건 운동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아침 운동을 가는 게 버겁고, 가서도 효율적으로 운동을 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안 가면 종일 찌뿌둥한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후우. 주말 내내 운동을 못해서 오늘은 조금 무리했더니 끝날 때쯤 머리가 띵해 잠시 주저앉아 있다가 올라왔다. 큰일이다.  


게다가, 그나마 잘 자던 낮잠도 요즘은 전쟁이 따로 없다. 떨어질 것 같은 팔을 부여잡고 한 시간 가까이 안아서 재워도 눕히면 어김없이 깨서 울고, 겨우 잠에 들어도 40분을 채 못 자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마감이 코 앞에 온 요즘은 낮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커다란 스트레스다. 하루는 참다 참다 출근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엉엉 울어버렸다.

"아 왜 계속 우냐고오오오. 엉엉엉. 나 일은 언제 하냐고오오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는, 푹 자지 못하는 아이다.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잠을 푹 자야 컨디션도 에너지도 좋을 텐데, 어른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애기는 얼마나 힘들까. 혹시나 내려놓을까 봐 목을 꼭 끌어안고 잠든 아이를 보면 마음이 짠하고, 중간에서 덩달아 편히 못 자는 오빠도 짠하고, 헝클어진 내 일상도 짠하다.

 

답답한 마음에 맘카페에 들어가 비슷한 사연을 올려놓은 글을 홀리듯 클릭했다. 이런 경우 댓글은 대부분 비슷하다. '시간이 답이에요.'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아기를 낳고 모든 고민의 초점이 '모유 수유'를 향하고 있을 때에도 이런 댓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무조건 계속 시도하세요. 처음엔 당연히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이별을 겪고 어쩔 줄 몰라하던 내게 아는 언니도 그런 얘기를 했었지. '시간이 답이야. 다 괜찮아져, 분명히.'


그 빌어먹을 '시간'을 견디는 건 오롯이 내 몫이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시간이 답인 일들이 꽤 있었다. 모유 수유만 해도 지금 내게 누군가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도 비슷하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힘든 거 알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정말로 괜찮아지더라고요. (화이팅!!!!!!!!!!!!)'


잠과의 전쟁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얼마나 지나야 괜찮아질까. 돌 지나면 괜찮다, 두 돌까지 그랬다, 네 살인데 아직도 가끔 그런다, 아이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이왕이면 좀 빨리 괜찮아지면 좋겠다.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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