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했다고 글을 쓴 후 3개월이 지났다. 매일 아침(혹은 저녁) 운동을 했고 피자를 끊었다. 피자뿐인가, 크림 파스타와 냉우동, 치즈돈가스와 떡볶이도 끊었다.
누가 봐도 건강한 음식들로 몸을 채우고 운동으로 비우는 날들이 이어졌다.
처음엔 마냥 즐거웠다. 처음 사 먹어 본 닭가슴살은 의외로 맛있었고,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도 맛있는 다이어트 레시피가 가득했다. 구황작물도 야채도 좋아하는 내게 식단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귀찮긴 했다. 많이.) 매일 하는 운동도 할만했다. 플랭크 20초에도 뿌듯할 정도였으니 강도가 한참 낮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달쯤 되었을까. 다이어트 초반에는 식단만 바꿔도 몸무게가 쑥쑥 빠진다던데, 아침잠을 끊고 맛있는 음식을 끊고 매일 운동을 하는데도 몸의 변화가 미미했다.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트레이너 선생님도 이상했는지, 한 달 반 정도 지나자 인바디 결과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날이 많아졌다.
"운동을 바꿔보죠."
산후 운동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필라테스와 코어 운동에 집중했던 초반과 달리 웨이트에 집중한 '고된' 운동이 시작되었다. 수업하는 날 벌떡 일어나 룰루랄라 운동복을 챙겨 입던 날은 끝났다. 근육통으로 여기저기 쑤시는 몸을 이끌고 겨우 수업만 듣고 흐물흐물 집으로 올라오는 날이 많아졌다. 운동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몸은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포기했을 것이다!) 어떤 유튜버가 눈물, 콧물, 침을 흘려야 운동을 제대로 한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땀과 침은 물론이고, 두 번 정도는 정말 눈물이 찔끔 났다.
그 후로 다시 한 달 반, 여전히 더디긴 하지만 확실히 몸이 달라졌다. 우선 체지방이 빠졌다. 무려 10킬로그램! 내장 지방, 체지방률, 기초대사량 같은 수치들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집에 있는 모든 옷이 다시 예쁘게 맞고, 몇 년 만에 무려(!) 민소매를 입었다. 그래 봤자 '보통'의 몸으로 돌아온 것이지만 뿌뜨뜨뜻하다.
이게 되긴 되는구나. 하지만 결코 정말 진짜 쉽지 않구나. 연예인들이 출산 후 금방 날씬하게 복귀하면 "나도 아기 맡기고 매일 관리받으면 저렇게 할 수 있다!" 같은 말들을 종종 듣는데, 전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겠다. 물론 나 같은 사람보다야 수월은 하겠지만, 아기는 누가 봐준다고 해도 운동은 본인이 해야 하잖아? 식단도 본인이 해야 하잖아? 자도 자도 부족한 잠을 줄여가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미미한 변화에 조급해하면서 운동하는 순간들이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한 번 겸손해진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고, 모든 사람이 나름 나름 대단하다!
다시 내 몸으로 돌아와서, 이왕 운동을 하는 김에 기록을 남겨보려고 7월부터는 식단도 아주 제한하고 있다. 나중에 여름이가 자라면 같이 사진을 보면서 "엄마가 너 낳기 전에는 봐줄만했는데"가 아니라 "너 덕분에 엄마가 더 건강해졌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며칠만 더 힘내 봐야지!
요즘 가장 그리운 것은 여름의 맛이다. 수박과 복숭아와 자두의 계절. 감자를 포실하게 쪄서 만든 감자 샌드위치와 찐 옥수수를 양껏 먹고 싶다. 호밀빵에 그릭 요거트를 잔뜩 발라 크랜베리가 들어간 견과류를 넣어 먹고 싶다. 통통하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가지를 반으로 갈라 치즈와 토마토소스를 넣고 보트 피자도 만들어 먹고 싶다. 아, 오랜만에 토마토와 가지, 양파를 잔뜩 넣은 토마토 파스타도, 야채가 듬뿍 들어간 야채 카레도 먹고 싶다. 피자, 햄버거, 떡볶이, 빵 같은 음식은 별로 당기지 않는데, 여름 음식들은 참을 수 없지. 여름이 가기 전에 기분 좋게 사진 찍고, 여름이랑 앉아서 여름작물을 맛있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