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손바닥 뒤집 듯, 그러니까 이왕이면
어쩐지 기대가 되는 새해였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헤매다가 끝난 것 같은 2021년이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맛은 보았으니까 2022년에는 조금 더 나아가겠지, 하는 마음.
들뜬 목소리로 연말에 만난 이들에게 그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곤 했다. 내 2021년은 누구보다 열심히 휘청거리면서 지나갔고, 그래서 2022년이 너무 기대가 된다고.
작년 1월만 해도 누워서 울거나 자는 게 전부였던 여름이는 모유와 분유와 이유식을 거쳐 쌀밥에 소고기 뭇국을 먹는 어린이가 되었고, 뒤집고 기고 서고 걷더니 이제 종일 뛰어다닌다. 여름이가 그렇게 폭풍 성장하는 동안 나도 '엄마'라는 이름에 제법 익숙해졌다.
아기수첩을 정리하다 보니 일 년 사이 예방접종, 감기, 화상 등으로 여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것만 서른 번이 훌쩍 넘는다. 소아과에서 이름 적는 칸에 아기 이름이 아닌 내 이름을 적어 민망한 순간이 종종 있었고, 아기 주민번호를 외우지 못해 아이폰 메모장을 뒤적이던 날들을 지나 이제 혼자서 병원쯤이야 씩씩하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아기와 함께하는 잠깐의 외출도 벌벌 떨던 나는 이제 유모차 없이도(이건 엄청난 용기다!) 외출을 한다.
다시 회사에 소속될 것인가, 계속 프리랜서로 일을 할 것인가를 두고 일 년 내내 고민하며 채용공고를 확인하던 일도 12월을 끝으로 그만두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불안함은 여전히 크지만 '시간'을 확보하는 데 비중을 두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관여하지 않는, 그저 내 '마음'을 정하는 데에 일 년이 걸렸다. 갈팡질팡하는 와중에 네 권의 책을 만들었고, 올해는 더 많이, 더 잘 만들어보기로 한다.
출산 전 체력과 몸무게를 회복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일이나, 자격증에 필요한 토익 점수를 만든 것, 아이패드 사용법을 쬐끔 익힌 것, 뜸하지만 멈추지 않고 브런치에 글을 남긴 것도 휘청거림의 결과이니, 이제 꾸준할 일만 남았다.
그렇게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2022년 1월을 겨우 3일 남기고, 다시 생각해본다. 적다 보니 여전히 올해가 기대되긴 하지만, 연초에 일어난 몇 가지 일로 들뜬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행복은 손바닥 뒤집듯 가벼운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새해의 날들.
다정한 남편와 귀여운 아이, 좋아하는 일, 마음 맞는 친구들,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주머니, 든든한 양가 부모님, 딱히 불만 없는 외모와 체력... 대체로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나, 저 중에 하나만 어긋나도 불행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몇 년 만에 '올해의 운세'를 찾아보았다. "올 한 해는 생각이 많아지고 잡념이 많아서 하나에 집중을 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 당장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것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는 것이 유리하다"고도 한다. '운세'랄 것도 없이 누가, 언제 들어도 끄덕끄덕할 평범한 말이었는데 다르게 읽히는 걸 보니 잡념이 많기는 한가보다. 마음을 다잡고 작년에 맛본 것들을 끊임없이 사부작 거리며 하루하루 잘 보내봐야지. 드루와,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