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자신을 세상과 분리한 채 관망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그려낸 소설이다. 인간의 마음을 묘사하는 실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보고 꽤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가 주는 첫 느낌도 좋았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비현실적인 반쪽짜리 인간상을 그리고 있다는 인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선생님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믿었던 작은아버지에게 사기를 당한다. 그 후 인간의 악한 본성을 깨닫고 뭇 인간들과 담을 쌓고 살아간다. 뜻밖에도 그는 자신 안에서도 악을 깨닫게 되는데, 그것은 짝사랑 경쟁자였던 K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낚아채듯 하숙집 딸과 결혼한 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K는 하숙방에서 자살을 해버린다. 그로 인한 죄의식은 선생님의 삶을 잠식하고 그는 '나'에게 자신의 일을 고백하는 편지를 보낸 후 자살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 나와 선생님 그리고 K. 이들은 조금씩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 같은 인물처럼 느껴졌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관망하고 있으며 나름대로는 순수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면에서 그렇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고결함은 풍진 세상 속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보기에 그 세상이 막장 같아도 부대끼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반짝이는 삶의 진실을 감추고 있기도 한 것이 거칠고 세속적인 인생사이다.
<마음>의 인물들에게는 고결함이 아니라 우울과 불안에서 기인한 신경쇠약만이 있을 뿐이다. 그림 속에 들어앉은 정물처럼 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도 비현실적이며 왜곡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책을 읽으면서 어딘지 모르게 점점 알레르기가 돋는 기분이었다. 괜히 초치고 싶어져서 하숙집 딸과 K가 잘 되길 응원했었는데. 둘이 뽀뽀라도 하고 있는 걸 선생님이 목격해 버렸다면 이 소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