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관념적이고 금욕주의적인 화자인 '나'가 막일꾼 조르바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나'의 목표 또한 자유로워지는 것이기에 그는 첫눈에 조르바를 알아본다. 육감적인 입담으로 자유에 대한 말을 쏟아내는 조르바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것이 먼저인 독자 나 역시 정신이 휘청거리는 듯했다. 이제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조르바의 자유는 육체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말이 쉽지, 도자기를 빚는데 방해된다는 이유로 손가락 하나를 잘라버리는 기행까지 벌일 정도의 내공이니 그를 따라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결국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내 생은 이미 글러버렸으며,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한 번 태어났으니 결국에는 죽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그런데도 영원히 살 것 같은 정신의 무지라니. 나의 괴로움은 거기에 있었다. 오욕의 육체를 해방시키지 못하고 끝까지 붙잡고 있는 어리석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