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Feb 24. 2017

계절이 지나간 흔적마다
미련은 남을 수밖에 없겠지

크리스마스나 새해가 되면 잊지 않고 카드를 쓰는 편이다. 처음엔 편지를 쓰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카드를 만드는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돌아오는 반응은 모두 카드에 대한 것이다. 답장 또한 받기 힘들어졌다. 가끔은 서운하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서하는 일이니까, 라고 정리해 버리니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답장을 받았다. 발신인과 꼭 닮은 꽃이 프린트 된 편지봉투에 무려 두 장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받는 순간부터 아주 조용한 곳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안아주고 싶었다. 곧바로 뜯어보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봉투를 열었다. 얇은 펜으로 정갈하게 쓰여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함께한 순간을 몽땅 담고 있었다. 


스터디를 끝내고 돌아오던 날, 함께 작은 카페에 들른 적이 있다. 카페 옆에는 독립 출판물을 파는 서점이 있었는데, 우리는 거기서 벚꽃이 그려진 동화책을 발견했다. 그때는 가을쯤이었는데, 벌써 내일이 봄인 것처럼 마음이 살랑였다.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내년 봄을 이야기했다. 




계절이 지나간 흔적마다 미련은 남을 수밖에 없겠지.
 
좀더 잘 해낼 수 있던 일들, 
좀더 잘해주고싶던 사람들, 
좀더 열심히 해야 했던 순간들.


하나씩 생각이 났다. 멀어진 친구의 얼굴도 생각이 났고, 지나간 시험과 놓쳐버린 많은 기회가 다시 떠올랐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했던 것들이 잔뜩이었다. 편지를 읽으며 그 모든 것에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잘했다고, 너는 최선을 다했다고. 뻔한 말 같지만 정말로 힘이 났다. 


그 밤, 아주 따뜻하게 잠들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복권 대신 꽃을 사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