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집은 번화가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집에서 5분 거리에는 교차로와 IC가 있다. 차가 많은 만큼 퇴근길엔 잊을만하면 추돌 사고가 난다. 그럼 자연스럽게 그 차가 자가용인지 택시인지 운전자는 누구인지 등등 나도 모르게 스캔을 하며 지나친다. 하지만 이 동네에는 차보다 더 많은 것이 있는데, 이제는 없으면 기상이변을 의심케 만드는 도심의 터줏대감 비둘기다.
처음 이사하고 몇 주간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다리 밑을 걸어갈 때면 낮에도 왠지 긴장감이 들곤 했다. 걸어가면서 발밑을 보자 회색 벽과 인도 사이에 하얀 페인트 같은 것이 덕지덕지 묻어 지저분해 보였다. 처음에는 도색을 왜 이런 식으로 했나 싶었지만 그것이 비둘기의 배설물이라는 것을 알고나서부턴 발끝을 먼저 땅에 딛는 비둘기 걸음으로 살금살금 피해 다닌다. 다리를 벗어나선 야트막한 잔디를 조성해놓은 곳이 있는데 햇빛이 잘 들 때면 비둘기들이 무더기로 나와서 일광욕을 쬔다.
주말 늦은 오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가도로 밑을 지나가는데 인형 같은 뭔가가 도로 가운데 퍼져있었다. 인형인가 스티로폼인가 저 희어 멀거한 건 뭔가 하는 마음에 추돌사고 스캐닝을 하듯 유심히 살폈다. 이윽고 그것이 비둘기라는 것을 알게 되자 주변 관경에 대한 괜한 오지랖을 부린 기분이 들었다. 살짝 들처진 털은 바람 따라 흔들거렸다. 도로의 한가운데에 퍼져있는 모양이 '이 정도면 안전거리 확보했다'는 안도감이었을까. 아니면 회색 도시가 사람에게 주는 우울감을 비둘기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저 여느 비둘기보다 밝은 색의 그 새는 내가 발견하기 이전에 수십 대의 차가 스쳐 지나가서 이제는 편평해져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 평면으로 놓인 비둘기를 보자 나스카 지상화가 떠올랐다. 도시의 지상화는 이렇게 비둘기가 조생을 바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 비둘기, 아니 과거 한 때 비둘기라 불렸던 그 새는 아직도 그 도로 위에 누워있을까 아니면 번화가의 건물들이 그러하듯이 소리 없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