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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냥 Nov 20. 2019

배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옆집 창문 방향이 이 집 보다 좋아서, 윗집의 채광이 이 집 보다 좋아서. 생각 없이 다닌 첫 직장에서 버티기 성공한 친구들...? 아니다. 타인의 잘남에 배가 아플 정도로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을 대단한 일이다.  그 사람에 대한 내면의 이미지가 형상화되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그 사람에게 잭팟이 터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주기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잘남을 나와 비교 짓는 일까지. 


이런 일련의 과정에 에너지를 쏟아야만 배가 아플 수 있다. 아쉽게도 성과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누구에게 배가 아프진 않는다. 그저, 부럽네? 요정도. 번화가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 마는 수준이다. 만사가 귀찮고 하염없이 짜증 나기 시작하면 SNS를 보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오만가지의 사진과 글들. 잘났지만 잘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불문율인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외부 정보는 기사나 뉴스, 그리고 업무 시간에 딴짓할 때 점심시간 틈틈이 정도랄까.


그렇다면 지금 배가 아픈 것은 무엇인가. 정말 배가 아프다. 예민함의 정수는 곤두섬이나 외적인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정말 예민한 사람은 위와 장이 환장할 노릇의 조합을 이룬다. 예민해서 위장이 이모양인지 위장이 이모양이어서 예민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플 땐 뱃속에 못된 난쟁이가 바늘 10개를 실로 돌돌 말아서 뱃속을 콕콕 찍어대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식은땀이 나고 오한이 든다. 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나 아파요의 시기가 지나가면 굳히기다. 답답하고 배가 아픈데 꼼짝달싹을 안 한다. 화장실을 가지만 거기 아무도 없어요? 상태가 계속된다. 께름찍한 느낌을 하루 종일 달고 있어야 한다.


내 몸 뚱이 하나 때문에 온 신경이 집중되는데 넘의 집 모양새를 따질 여력이 없다. 유산균을 털어 넣어 보고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해 봤지만 소용이 없다. 잠을 자려고 해도 새벽 두 시까지는 말똥말똥. 가끔은 세 시까지도 못 잔다. 스마트폰을 하지도 않는다. 자려고 누워서 생각하다 보면 나를 괴롭힌 김 씨, 말뽄새가 아주 거시기한 박 씨 등이 하나둘 떠오르는 것 빼곤.


엉망인 생활 패턴, 너 잘되게 도와주다가 내가 갈려나가는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일까.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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