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냥 Jun 20. 2020

01. 버스카드 충전 사기

2011년 4월 초, 그러니까 내가 스무 살 때. 나의 편의점 입성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인더XX 오전 알바로 시작되었다.

어리바리 한 내가 버스카드 충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을 때, 한 여학생에게 버스카드 충전 사기를 당했다. 현재 버스카드 충전은 기계와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어서 터치 몇 번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전 인더XX에서는 모니터에 분리되어 있는 다른 충전기가 있었다. 그 기계의 모양은 음식점이나 호프집의 카운터에 있는 작은 카드 계산기와 비슷하다. 계산할 때 금액을 누르고 카드를 긁거나 꽂는 모양이 비슷했다.

일을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출근 시간 때 한 여학생이 들어와서 버스카드에 만원을 충전하고 나가서 5분도 안돼 다시 들어왔다. 여학생은 방금 충전한 티머니 카드가 돈이 없다며 내게 확인해 보라 하고 건넸다. 카드를 받아 확인하니 정말 충전이 안 돼 있어서 난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다시 만 원을 충전해줬다.

여학생이 버스카드를 받고 황급하게 뛰어나간 순간, 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처음 충전한 영수증과 다시 충전한 영수증을 비교해 보니 이상한 게 있었다. 처음 충전할 땐 금액이 10,520원으로 되어 있지만 다시 충전한 금액을 보니 10,000원으로만 되어 있었다. 기계 착오로 충전이 안 됐다고 해도 원래 있던 520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건 처음부터 충전하고 나중에 충전 안 한 다른 카드를 내밀면서 충전이 안됐다고 말하고, 다른 카드로 충전하고 튀는 사기였다. 그때 당시 그런 일이 여러 편의점이 당했던 사기 사건이었다.

사건을 사장님께 이야기하니 다른 편의점에서도 많이 있는 일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이 학생 말고도 여러 학생들이 같은 수법으로 내게 사기를 치려고 했다. 한 번 당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수법이 뻔히 보였기 때문에 다행히 이후엔 당하지 않았다. 처음 당했을 때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다신을 이런 일을 당하지 말자,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자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했건만 결국 3개월 뒤엔 더 큰일이 터졌다.

작가의 이전글 0. 일러두기와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