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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유이 Jul 11. 2020

04. 첫 번째 변태

야간 알바는 여러모로 힘들었다. 여러 취객, 술과 담배를 사려고 시도하는 청소년들을 지속적으로 상대하느라 점점 지쳤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폭력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 위험할 뻔한 순간은 있었지만 무난하게 넘긴 점이다.     


이번 이야기는 변태에 관한 일이다. 내가 알바를 하면서 변태를 만난 건 총 2번이다. (2019년 기준)     


2011년 8월 중순의 일이었다. 밤이 지나가고 날이 밝으면 길가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인다. 행인들의 모습을 유리창 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 7시쯤이 되면 밖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가게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아침엔 버스카드 충전을 하거나 신문을 많이 사가곤 한다. 물건을 계산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비틀거리면서 가게로 들어왔다.      

남자는 안경을 쓰고 있었고,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키는 170 정도 되었을까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이었다. 비틀거리면서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가게의 물건을 살폈다. 갑자기 한 자리에 멈춰 서서 무언가를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난 그 사람을 지켜봤다. 하지만 계산하러 오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지는 데다 졸음까지 밀려왔다. 계산 착오가 일어나지 않게 집중하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그때 그 남자가 계산하러 다가왔다. 심한 술냄새가 나고 얼굴은 조금 빨갰으며 비틀비틀거렸다.      


그 남자는 두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계산대 위에 한가득 내려놨다. 난 약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바코드를 찍었다. 그 순간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사용한 것 중에서 어떤 게 가장 좋았어요?”

 “네!?”

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중에서 사용한 것 중에서 제일 좋은 게 뭐냐고요?”

남자는 취해서 그런지 꼬인 말투였다. 

 “아... 죄송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네요.

 “이런 것도 사용 안 해봤어요?”

 “네 이런 것도 사용 안 해봤어요.”

점점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여자면서 이런 것도 사용 안 해봤다고요?”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채 남자는 나를 비웃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전 사용 안 해봐서 모르겠네요.”

이때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

 “하. 참나. 이런 것도 안 써봤다니 웃기네.”


남자는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면서도 나를 끝까지 비웃었다. 말을 마치자 남자는 계산기에 놓은 많은 물건 중에서 세 개를 집어 나에게 건넸다. 난 이 기분 나쁜 진상이 고른 것을 빨리 계산하고 내보내고 싶었다. 빠르게 바코드를 찍고 가격을 안내했다. 


남자는 느긋하게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를 내게 줬다. 난 카드를 받고 빨리 계산을 하고 돌려줬다 남자는 카드와 물건 3개를 들고 계산대 앞에 어정쩡하게 서있더니 내게 볼일이 더 있는지 말을 걸었다. 

 “혹시 남자 친구 없어요?”

 “네! 없어요!!”

이때 난 기분 나쁜 걸 티 내려고 정색하며 크게 답했다. 

 “헤~ 그렇구나. 남자 친구 없구나... 그래도 남자 친구는 없지만 어떤 게 더 좋은지는 알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여자잖아요?”

 “아니요!! 몰라요!!”


인상을 찌푸리며 더 안 좋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남자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가게를 왔을 때처럼 비틀거리며 나갔다.  뒤에 줄 서 있던 손님들이 많았던 터라 빨리 계산했다. 이후 남자가 놓고 간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았다. 가게 안 과자와 음료수를 채우고 나자 오전 언니가 왔다. 난 시재 점검 후 오전 8시 5분쯤에 퇴근했다.  

   

남자와의 대화에서 어떤 물건을 계산했는지 처음부터 언급하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예상한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그 물건은 콘돔이었다!!    

 

가게 안엔 총 7종의 콘돔이 있었으며 남자는 종류대로 7개를 가지고 왔다가 또다시 가져와 총 14개의 콘돔을 계산대에 쏟았다. 아무리 취해있다고 하더라도 내게는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끝까지 여자니까 알고 있는 게 아니냐며 두 번씩이나 묻는 모습이 왠지 자신이 취했다는 걸 자각하고 있지만 술에 취해 실수로 한 행동이니까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같았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기분이 너무 더럽다. 난 이런 상황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설마 이보다 더 심각한, 진짜 변태를 만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이다음 변태 이야기는 내가 인더XX 편의점을 관두고 다른 편의점으로 이동해서 만났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두 번째 변태는 나중으로 미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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