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의 업무로는 매장 청소, 상품 진열, 손님 응대를 떠올리곤 한다. 언급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물건을 훔치는 손님을 잡는 것이다.
편의점은 구조상 사각지대가 생기곤 한다. 카운터가 매장 입구에 가깝다 보니 매장 안쪽과 구석에 진열된 물품은 시야 밖에 놓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CCTV, 도로 반사경을 천장 한쪽에 설치한다.
어린 손님이 편의점에 들어오면 난 자동으로 긴장한다. 가끔 호기심으로 물건을 훔쳐가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혼자 와서 가게를 돌아다니며 서성이다 내 눈치를 보며 작은 젤리나 과자를 집어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뛰어 도망친다. 여럿이 와서 치밀하게 훔쳐가는 일도 있다. 한 사람은 껌이나 사탕 같은 걸 사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나머지는 과자를 훔치는 것이다. 이를 잡느라 여러 번 고생했다.
난 주머니에 물건을 넣은 걸 보고 바로 잡지 않다. 주머니에 넣고 밖을 나갈 때 비로소 잡는다. 예전에 주머니에 넣고 있을 때 잡은 적이 있다. 붙잡아 물어보니 자신은 잠깐 주머니에 넣은 것이지 훔치려고 한 게 아니라고 시치미 떼버리니 할 말이 없었다. 그때, 발뺌하지 못하는 순간에 잡아야 한다는 걸 몸소 배웠다. 한 마리의 맹수처럼 결정적인 상황이 오기를 가만히 주시한다.
호기심으로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계획적으로 훔쳐가는 경우를 더 악질로 본다. 예전 일이다. 두 명의 남자애들이 매장에 들어왔다. 교복에 가방을 메고 실내화 가방을 들고 있었다. 교복을 보니 근처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난 경계 태세를 발동해 최대한 티 내지 않고 천장에 설치된 도로 반사경으로 남자애들을 지켜봤다. 계산할 때도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때였다. 도로 반사경에서 오른쪽에 서 있던 남자아이가 과자를 집어 자기 실내화 가방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남자아이는 눈치를 살피다가 실내화 가방에 가까스로 과자 한 봉지를 넣었다. 두 번째 과자 봉지를 집었지만 행동은 더 부자연스러웠다. 옆에 있던 남자아이는 답답했는지 빨리 넣으라고 재촉했다. 그 소리에 놀란 남자애가 몸을 움찔거리면서 잽싸게 과자 봉지 두 개를 연달아 가방에 넣었다. 과자 세 봉지가 든 실내화 가방은 불룩해졌다. 남학생 둘이 실내화 가방에 넣고 카운터를 지나 앞문에 다다랐다.
“저기. 잠시만요.”
“네?”
내가 불러세우자 남자애들은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 가방 안에 넣은 과자 그대로 가져가실 거예요?”
“네? 뭐요?”
“아까 가방 안에 과자 넣은 거 봤어요. 그대로 가져가실 거냐고 여쭤본 거예요.”
둘은 서로 눈짓을 하더니 이내 실내화 가방에서 과자 세 봉지를 꺼내 카운터에 올리곤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뛰어나갔다. 카운터 위에 가지런히 있는 과자 세 봉지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발견해서, 도망치기 전에 잡아서 다행이었다.
아이 손님이 매장에 오면 경계한다고 했지만 모든 아이에게 경계 태세를 세우진 않는다. 도둑질하지 않는 아이가 더 많으니까. 또 친절한 아이들도 많다. 먼저 인사를 하거나 음식을 먹고 간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가는 일도 있다.
편의점에는 물건을 훔쳐가는 어른들도 많다. 내가 현장에서 잡은 어른들도 여럿이다. 많은 사례 중 두 가지 일화가 가장 생생하다.
어느 날, 오전 11시가 지났을 때였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가게에 들어왔다. 가게엔 손님이 몇 명 있었지만 카운터 앞에 줄이 늘어설 정도는 아니었다. 손님이 카운터에 오면 계산을 하며 응대했고 계산을 하지 않을 땐 천장에 달린 거울로 손님들을 관찰했다.
여자 손님이 안주 코너에 있던 견과류캔을 가방에 넣는 걸 똑똑히 목격했다. 가끔 물건을 많이 골라 양손에 들고 오기 힘들면 자기 가방에 넣고 계산할 때 꺼내시는 분들도 계신다. 원칙적으로는 매장에 있는 바구니를 써야 하지만 일일이 안내해 드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손님은 커피나 다른 물품도 태연히 가방에 넣었다. 한 손에는 커피 하나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설마 훔치는 거겠어. 손이 부족해서 가방에 넣었겠지.’
하지만 지켜볼수록 싸한 느낌이 들었다. 가방에 물건을 넣고, 진열대에 생긴 빈자리를 메꿨다. 본인이 꺼낸 물건을 빈자리 없이 채워 얼핏 보면 변함없어 보였다.
유통기한 순으로 상품을 진열하기 때문에 일부 손님들은, 유통기한이 먼, 뒤에 진열된 물건을 가져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손님처럼 앞에 있는 물건을 꺼내고 뒤에 있는 물건을 앞으로 당기는 건 정말 드문 경우였다. 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손님은 매장을 한 바퀴 돌더니 가방 그대로 나가려고 했다. 난 계산을 하다 말고 깜짝 놀라 여자 손님을 급하게 따라 나갔다.
“잠깐만요! 가방에 넣은 물건 계산하고 가셔야죠!”
손님은 놀랐는지 크게 움찔했다.
“네?”
“가방 안에 물건 넣으신 거 계산 없이 가지고 가시면 안 되죠.”
“아! 어머! 죄송해요. 제가 급해서 깜박하고 그냥 갈뻔했네요.”
손님은 가방 안에 넣었던 물건을 꺼내 건네주고는 뛰어가 버렸다. 매장을 30분 넘게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하나씩 넣었다. 매장을 나갈 때도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나갔다. 붙잡으니 급한 일이 있다며 깜빡했다고 말하는 모습은 변명처럼 보이고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뒤에 있던 물품을 앞으로 당겼다는 점에서도 손님의 행동이 계획적이라고 확신한다.
2019년 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오전 10시가 지나 가게가 한산했을 때였다. 한가한 시간이라 대걸레로 바닥 청소를 하고 있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이 급하게 가게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그분은 곧장 냉장 커피가 진열된 코너로 직진했다.
“빨리! 급하다! 급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 같았다. 연신 급하다는 말을 하면서 커피 6개를 순식간에 가방에 넣고 뒷문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난 대걸레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여자 손님 뒤를 쫓아갔다.
“손님! 커피 계산하고 가셔야죠! 그냥 가지고 가시면 안 돼요!”
아무리 말해도 갈 길을 가자 난 그분을 붙잡았다. 붙잡히고 나서야 손님은 크게 깜짝 놀랐다.
“아. 죄송해요. 제가 급해서 바로 넣고 계산하는 걸 깜빡했네요.”
여자 손님은 커피 6개를 내게 건네주고 황급히 사라졌다. 정말 계산을 깜빡한 건지, 훔치고 걸려서 놓고 가는 건지 아리송한 일이었다.
편의점은 교대 시간마다 전산상의 금액과 돈 통에 있는 금액이 맞는지 시재 점검을 한다. 또한, 주기적으로 매장 물품의 재고조사를 한다. 전산상 수량과 실제 수량이 다르면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거다. 수량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황스럽다. 알바생이 비용을 물어내진 않지만 가게에 손실이 났는데 시재 점검과 달리 어떤 시간대에 문제가 생겼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 야간, 주말 오전, 오후, 야간 시간대마다 알바생이 있지만 괜히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건가 신경이 쓰인다. 편의점은 상품을 팔아 이윤을 내는 곳이다. 상품이 팔려야 매장 운영도 오래 할 수 있고 나 같은 알바생의 급여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도둑질은 범죄다.
도둑질을 현장에서 붙잡는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하진 않는다. 반성하고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면 일단락되곤 한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이다. 내가 붙잡은 손님들은 적어도 그랬다.
단 한 명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