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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Nov 04. 2023

친구를 존경하는 기쁨

여행을 자주 다니는 제 친구 효숙이는 항상 여행지 곳곳의 멋스러운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줍니다. 아홉 살에 만나 중년이 될 때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준 친구죠. 인형같이 예쁘고 자그마한 아이가 한 집안의 장손 며느리로 시집을 갔을 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신혼집 가까이에 있는 시댁에 매일 가서 집안일을 돕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던 효숙이는 급기야 유산이 되고 말았지요. 늘 효숙이를 자주 놀래키던 쥐 때문이었습니다. 성격 좋고 말을 조심하시던 효숙이의 친정엄마는 그때 처음으로 사돈에게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 그다음에 효숙이에게 찾아온 아이가, 올해 손주 둘을 안겨준 큰아들입니다. 미국 유학 중에도 엄마 생일이면 꼭 챙겨서 전화하던 아들, 마침 함께 있을 때여서 그 다정한 목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시댁, 시어머니, 고부갈등..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시'자가 들어가는 시금치를 안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고부관계도 있더군요. 친구 모임에서나 전화나 카톡으로 제 친구가 며느리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의 물결이 제 가슴을 따스하게 만듭니다.


삶이란 자기가 만드는 것, 자기가 선택한 것들의 연속이라고 하지요. 온기를 품고 살아가는 친구 효숙이가 제 인생에 거의 50년을 함께하고 있으니,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 친구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다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참 감사하네요. 며칠 전 만남에서 효숙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 말이야. 우리 신랑 조금씩 집안일 시킨다. 내가 먼저 떠날 수도 있으니까..."


백혈병으로 중학생 때 저세상으로 떠난 친구, 대기업 비서로 취직하여 잘 다니던 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즉사했던 일, 30대를 열정으로 살다가 급성백혈병으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동료 교사...  그렇게 친구가 갑자기 떠날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효숙이가 했던 '떠날 수 있다'는 말은 오래 제 가슴에 남았습니다.


하루를 잘 살아야겠습니다. 남음 없이 떠나기 위해 주고 싶은 거 마음껏 주고, 매일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며, 매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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