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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Nov 12. 2023

두 여인

하나


일반인이 저렇게 예쁠 수 있을까, 볼 때마다 감탄하는 미모의 후배가 있다. 재능도 뛰어나고 마음까지 예쁘니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느 한 날, 그 후배는 웃으면서 말했다. 부모님이 중학생 때 이혼을 했다고. 밝고 구김이 없던 후배에게 그런 아픔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몇 년 전에 후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말기 암이라고 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간병은 재혼한 엄마가 하셨다. 그것도 지극정성으로. 후배의 부모님이 무슨 이유로 이혼을 했는지는 모른다. 아버지는 재혼을 하지 않으셨고, 엄마는 이혼하고 한참이 지난 후 성품이 아주 좋은 남자를 만나 재혼을 하셨다. 후배는 그 아저씨를 가끔 만나왔고, 그 아저씨는 '우리 이쁜 딸'이라고 하며 후배를 무척 예뻐해 주셨다고 한다.


얼굴도 모르는 후배의 엄마는 재혼한 남편에게도, 자식들과 손주들에게도 따스한 사랑을 주시며 오늘 하루도 정성껏 살아가실 것이다



교사로 재직할 때 한 엄마를 알게 되었다. 학부모 총회에 와서 얼굴을 한 번 본 게 다였는데, 우리가 급속도로 친해진 이유는, 그 엄마가 내가 입원하고 있을 동안 내 병실을 매일 방문했기 때문이다. 교사에 대한 불신이 심해서 거의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그 엄마는, 아이의 말을 듣고 담임교사의 얼굴이 한 번 보고 싶어서 학부모 총회에 처음 참석했다고 했다. 옷 가게를 하는 사람이라 매일 늦게 끝났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매일 병실에 와서 내 얼굴을 보고 갔다.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 봉사를 한다는 그 엄마는 매일 새벽 예배에 가서 나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 그 이후 10 년 정도 만남을 이어가면서 우리는 속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절친이 되었다.


그녀의 시댁은 우리 시댁보다도 더 파란만장했고, 그 안에서 그녀는 심적 고통이 꽤 컸었다.  그래도 시어머님을 모시고 잘 견디고 살았으나, 남편의 비밀스러운 두 집 살림이 들통나면서 부부는 바로 이혼을 하고 말았다. 부부의 이혼으로 시어머님은 시골로 내려가셨고, 그녀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굳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나를 만난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 시어머님이 올라오셨어요. 아들에게는 안 가시고, 제가 보고 싶어서 오셨다고 하시며 우셨어요.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가시는 어머님께 용돈을 챙겨드렸어요. 그 사람은 미운데, 어머님은 너무나 안쓰럽네요. 가시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녀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 그녀, 어디에선가 옷을 팔면서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며 살고 있겠지.​​



​♡ 사진 : 유진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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