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May 11. 2024

어버이날, 나의 사랑들

이렇게 아름다운 케이크는 처음 본다. 어버이날을 위해 큰딸이 두 달 전에 미리 주문했다는, 수제로 만든 꽃 케이크! 너무 예뻐서 초를 꽂기조차 망설여졌다. 멋진 작품을 망가뜨리는 느낌이랄까. 역시나 맛도 최고였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꼽는 게 바로 우리 이쁜 삼 남매를 낳은 것이다. 삼 남매와 함께한 주말 모임은 너무나 행복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남편을 보고 우리 엄마는 부처님 반 토막 같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다는 말을 초긴장 상태로 내게 말했던 남자였고, 시집살이가 너무 힘들어 가끔은 결혼을 후회하게 만들었던 남자였고, 막내아들로 맏이 노릇 하느라 마음고생이 꽤 컸던 남자였고, 돌아가셨지만 내 안에 별이 되어 남아계신 시어머님과의 애틋한 사랑에 고맙다고 말했던 남자였고, 친구들이나 후배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하려고 애쓰던 의리 있는 남자였다. 또한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말이 잘 통하는 평생의 절친이었고,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나의 보호자였고, 집안일을 보이는 대로 척척해내는 고마운 우렁각시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이 사람과 함께했던 34년, 앞으로 얼마의 세월을 함께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건, 우리의 하루하루가 따스하고, 정겨워서 가끔은 눈물이 핑 돈다는 것! 가끔 울화병이 발동하여 나도 남편도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남자는 나의 소중한 사랑이다


성격이 온유하여 아이들을 야단친 적도 별로 없고, 매는 한 번도 들은 적 없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옳고 그름을 알려주기 위해 내가 악역을 맡기도 했다. 한 친구가 말했다. 남편으로서는 높은 점수가 아니었지만, 자식에게 너무나 잘하는 사람이어서 그래도 잘 지낸다고. 나 또한 가끔 남편과 불화가 있어도 우리 기특한 삼 남매를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었고, 남편도 우리 아이들을  보배로 여기며 산다


시어머님을 처음부터 모시고 살았으니, 셋이 한 결혼생활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딸이 태어났고, 5년 후에 아들이, 9년 후에 딸이 태어났다  또 세월이 흘러 사랑하는 시어머님은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해 사회인이 되었으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요즘은 햇살을 받으며 아침 산책을 많이 한다. 내 삶에 분명 어두움이 있었다. 눈물로 지새운 밤도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지은 우리 가족 네이밍 '독수리 오 형제'는 당당하고 멋지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 가족을 보며 난 자주 생각한다. 참 멋진 사람들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