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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Jul 24. 2024

내가 변했다

교사로 살면서 몸이 자주 아프고 지치니까, 아는 언니가 '퇴근 후 몸을 풀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었다.  내가 퇴직을 한 것이 10여 년이 넘었으니, 그보다도 더 몇 년 전의 일이다.


요가 비슷한 동작도 하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명상도 하는 프로그램을 원장님이 직접 만들어서 운영을 하셨는데, 다니는 회원이 제법 많았다.  다니다 보니 회원들끼리 친해졌다. 거기서 한 여자를 알게 되었는데, 남편이 방글라데시 사람이었고, 아이가 둘 있었다. 몸도 많이 안 좋은 상태였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음씨 착한 남편이 이혼한 자신과 큰 아이를 사랑으로 돌봐 주고 있어서 그래도 행복하다고 했다.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아직 시댁에 가 본 적이 없다고. 비행기 탈 비용과 시부모님 선물 살 돈을 모으고 있다고. 그런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것 같다고. 나는 그녀의 계좌번호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계속 알려주지  않다가 나중에는 알려 주었고, 나는 그녀가 시댁에 다녀오기에 여유 있을 만큼의 돈을 입금해 주었다.


그녀는 시아버님 생신에 맞춰 시댁으로 떠났고, 나는 학교 행사가 많아 바쁘기도 하고 몸살이 나서 한 달 정도 그곳에 가지 못했다. 한 달 만에 그곳에 갔더니 원장님께서 옷을 하나 내게 주셨다. 시댁에 다녀온 그녀가 시누이들과 함께 만든 것이란다.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옷이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이런 비슷한 옷이 또 하나 있었다


그때 한 회원이 말했다. 자기도 하나 가지고 있다고. 왕 언니(회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았던 할머니)가 10 개를 바닥에 펼치고 하나씩 가져가라고 했다고. 채 선생은 다 이해할 거라고, 두 개만 남기자고 했단다.  그래서 난 선물 모두를 구경도 못하고 나머지 두 개만 갖게 된 것이다. 기분이 몹시 언짢았지만 내색도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아니죠~~"라고.


살면서 가끔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다. 황당하고 속상했다. 그런 나를 보고 한 선배가 말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이런 일을 계속 부르는 거라고, 이런 게 싫으면 자기를 바꾸어 나가라고. 선배의 말을 들으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이후 조금은 나를 바꾸려고 노력한 것도 같지만, 여전히 비슷한 일들은 가끔 일어나고 있다. '무엇이든 다 요구해도 들어줄 사람'으로 보이는지 말이다.  


하지만 요즘 내가 많이 변했다. 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과감하게 '아니요'라고 말할 줄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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