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Jul 25. 2024

남편은 자주 요리를 한다

남편과 맞선을 보고 사귈 때, 더욱 마음에 끌린 건 어머님에 대한 효심과 놀러 온 조카들 간식을 만들어 준다는 말이었다. 아버지도 오빠들도 주방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 남자의 그 말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들릴 수 없었다. ​


음식을 잘하시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니, 남편이 음식을 할 일은 없었지만, 자기가 끓인 라면이 세계 최고일 거라 믿는 이 사람은 아주 가끔 가족을 위해 꼬들이 라면을 끓여주었다. 내가 아직도 남편을 이기지 못하는 음식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라면이다. 시간과 불 조정을 기막히게 잘해서 끓인 라면은 우리 아이들에게 인기여서, 아이들은 엄마 대신 "아빠, 라면 끓여줘!"라고 말하곤 한다.


오랜 시집살이 이후 분가를 하자, 남편의 음식 솜씨는 일취월장했고, 워낙 관심이 많으니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본 요리를 가족에게 만들어 주어 칭찬을 받았다. 덕분에 나는 자주 식사뿐만 아니라 아이스커피까지 얻어먹고 산다. 이런 자상함이 있는 남편이라 내 울화병도 매우 빨리 치유되었다. 한의원 원장님의 세 가지 숙제인 '세끼 밥 잘 먹기, 햇살 보고 걷기, 공복에 한약 먹기'도 남편과 함께 잘 실천하고 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산책을 나가면 우리 부부만 걷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남편은 걷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종알종알 떠드느라 동네 체육센터 걷는 코스를 몇 바퀴 돌았는지 몰라, 계속 남편에게 묻곤 한다.


​지난 주말에 남편이 만든 요리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100% 감자로 만든 감자전과 열무김치가 먹고 싶다고 하니 뚝딱 만든 비빔국수와 요리 프로그램을 보자마자 만든 오징어볶음이다. 예쁘게 잘 찍으라며 옆에서 세팅을 도와주는 이 남자를 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더더 많이 아껴주면서 남은 생을 알콩이 달콩이로 살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주 비싼 '아침 배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