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40대 중반의 한 여자가 타면서 전철 안이 몹시 시끄러워졌다. 그녀는 계속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하도 커서 전철 한 칸이 다 들릴 정도였다. 정말 심하다 생각하며 책을 읽고 있는데, 내 옆의 아주머니께서 불쌍하다고 쯧쯧, 혀를 차셨다.
왜 불쌍하다는 건지 그 말이 이상해서 그녀를 보니 그녀의 스마트폰은 손에 들려있고, 그녀는 이어폰도 없이 그냥 혼자 떠들고 있는 거였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정상이 아니니 야단을 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모두 그녀가 하는 말을 그냥 듣고만 있었다.
나중에 탄 한 남자분이 그녀의 상태를 모르고, 아이에게 주의를 주듯이 '쉿'하며 손가락을 자기 입에 대니, 그녀의 목소리가 잠시 낮아졌다가 조금 후에 다시 소리가 높아졌다.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니, 대학 시절의 엠티 이야기부터 시어머니가 얼굴 예쁜 아이만 이뻐한다는 말까지 참으로 다양했는데, 그녀는 주로 '예쁘다'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었다. 대학 때 어떤 남자가 자기에게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모노드라마를 하고 있는 연극배우처럼 보였다. 내가 연극을 너무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수원 토박이인 내가 어렸을 때, 좀 이상하고 엉뚱한 말을 하는 아이에게 '용인 정신병원'에 가라는 말을 아이들은 유행어처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어렴풋한 기억으로 우리 동네에 정신 줄을 놓은 어떤 언니가 살았던 것도 같다.
정말로 내가 놀랐던 일은, 사촌 오빠의 아내가 아기를 잃고 나서 그 충격으로 지나가는 차에 갑자기 뛰어들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일이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일어난 일인데, 정신병이 그렇게 무서운 병이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거나, 지속되는 강한 스트레스가 사람의 정신 줄을 갑자기 놓게 한다고 한다. 그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 '정신'이 그곳을 빠져나가는 원리, 고무줄이 계속 늘어나다가 어느 순간 탁 끊어지듯이 그렇게 현실에서 벗어나는 원리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30분 정도를 그렇게 떠들다가 내렸는지, 책을 읽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사라지고 없었다. 마음이 짠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무엇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만큼, 그녀를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