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부정에 흔들리지 않는 연습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겨울이 오면 우울감이 더 자주 찾아왔다.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래도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정신을 차려보면 또 한 해를 계획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추워진 날씨에 몸은 자연스럽게 웅크러들고
어두운 아침 출근길은 생각보다 마음을 쉽게 가라앉힌다.
이유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우울이
그저 계절처럼 스며드는 느낌이다.
그 우울이 얼굴과 말투에 묻어났던 걸까.
함께 창업을 시작한 동지와의 대화도 어느 순간 달라져 있었다.
서로의 지난 실적을 칭찬하기보다는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꺼내기 바빴던 때가 있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그 감정에서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던 순간이었다.
남의 말에, 남의 부정에
내 마음이 너무 쉽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한 번 나에게 말해본다.
타인의 부정에 나 자신을 맡기지 말자고.
깨달음은 의외로 아주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아침 일찍 습관처럼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토록 무겁던 우울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슬픔과 안도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지금 내가 붙들고 있던 고민들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걸
본능처럼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했던 그때.
어머니의 간경화가 악화되어
간 이식 이야기가 오가던 시기였다.
의사가
아들의 간 이식 가능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을 때,
이식을 결정했지만 상태가 더 나빠져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지막으로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정말 기적처럼
어머니가 간 이식을 받을 수 있었던 그 순간.
그때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그 결심 하나로
나는 나름의 노력과 시도를 반복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 사실을,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선택한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겠노라 마음먹었던 그 순간도
분명히 존재했는데 말이다.
부모님의 사고 소식 앞에서 느낀 안도감은
그 마음을 다시 끌어올려 주었다.
지금의 불편함,
지금의 우울감은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걸.
나는 단지
내 삶이 내가 바라는 만큼 풍요롭지 않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부끄럽지만, 다행이었다.
별것 아닌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니까.
오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다만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불행해하지 말자.
작은 실수와
세상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평만 늘어놓는 투정꾼이 되지는 말자.
나는 다시 한 번 나에게 약속한다.
내가 꿈꾸는 2026년은
대단한 성취의 해가 아니라,
오늘에 행복한 삶을 사는 해다.
이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또 한 번, 이렇게 적어둔다.
나에게.
잊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