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 나의 관점

2019.10.13의 기록

by 수현

'브런치를 고발합니다.'라는 글로 시작하고 싶었다(당시 브런치 작가 등록 전이었다).

왜 내 글은 도대체 발행이 되지 않는 건지...

묻고 싶었다.

나도 나만의 시선이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지.


사진 수업 시간이었다. 첫 수업 시간인만큼 교수님은 iso, 조리개, 셔터스피드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1시간 정도 밖에서 사진을 찍어오라고 시키셨다. 친구들 모두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나갔다. 장소는 같은 곳. 주어진 시간도 같았다.


다시 모인 수업 시간, 서로 찍어온 사진을 공유했다. 어떤 친구는 다른 친구의 얼굴을 찍었다. 찍힌 친구의 캐릭터가 보이는 사진이었다. 다른 친구는 그 장소의 순간을 담았다. 공터의 쓰레기통 안의 캔을 찍었고, 물장구를 친 아이가 지나간 흔적을 담았다. 그 친구는 자신이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 답했다. 나의 사진은 잘 찍었지만, 의도가 없었다. 그냥 예쁘니까 찍었으니, 시선은 없었다.


최근 한글날을 맞이하여 나온 <유퀴즈온더블럭> 예능을 봤다. 처음 1,2편을 보고서는 사실 회의적인 감정이 더 컸다. <한끼줍쇼>의 만남을 형식적으로 따라 했고, 여느 퀴즈쇼를 따라 하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회차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우선 질문이 참신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잘하는 일을 하는 것, 일주일 중에 좋아하는 날, 좋아하는 단어 등의 질문이었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생의 가치와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사람들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예능에서는 끌어냈고, 한글편에서는 한국에서 한글을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공부를 시작하신 문해학교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 냄새가 났다.


나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나의 시선을 무엇일까.

브런치를 시작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인스타그램에 나의 글이 쌓이기 시작하면서였다.

여행을 다니면서는 정치, 역사 부문에 초점을 두어서 썼고, 책을 읽으면서는 그 속의 내용과 내가 간 전시회, 영화와 관련된 글을 썼다.

그러나 사람 냄새는 없었다. 그래서 나의 인스타그램과 글은 무난하게 잘 쓴 글에 불과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떠난 룩셈부르크 여행길.

돌아오는 길, 사진을 골랐다.

그 어떤 풍경 사진보다 순간을 담은 이 사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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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가 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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