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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럽작가 Sep 07. 2020

엄마가 재택근무를 하면?

아이의 마음에 행복의 탑을 쌓는 순간

'와~아! 엄마가 재택근무를 한다. 엄마랑 과자 먹고  놀아야지. 그런데 상상과는 반대였다. 엄마는 컴퓨터 앞에만 계셨다. 뭐해요? 라고 물으니 언니들 수업중이라고 하셨다. 어?! 엄마 끝났다!! 놀자!! 이런, EBS할 시간이잖아?결국 엄마와 나는 번갈아 온라인 수업을 하다 놀지 못했다. 속상하다. 다음엔 꼭 놀고 말겠어!'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집 1호가 내일 등교를 위해 가방을 챙기다 말고 일기장을 나에게 가져온다. 꼭 끝까지 읽어보라고 신신당부한다.


일기에는 엄마와 함께 집에 있어서 들뜬 아이 마음과 기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계획했던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아쉬움까지. '다음엔 꼭 놀고 말겠다'는 아이의 말이 마음이..아팠다.


별 거 아니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종종 깊은 눈으로 일하러 나가는 나에게 '엄마, 육아휴직하면 안돼요?' 하고 묻는 첫째이기에 이  일기를 쓰면서 느꼈을 아쉬움이 더욱 마음이 쓰였다.


다음에, 다음에. 수많은 다음에 속에 아이 마음에는 몇 번의 기대의 탑이 생겨났다 무너졌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재택근무한다고 해서 우리 공주가 엄청 기대했구나. 그런데 퐁당퐁당 엄마랑 공주랑 번갈아 수업하다보니 하루가 다 가버려서 엄청 서운하지?"


"네. 너무 속상해요." 하는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당차게 다음에는 꼭 놀고말겠다고 썼지만 기약이 없어 마냥 속상한 얼굴이다.


시계를 보니 6시. 운동하러 가는 남편에게 오랜만에 각개전투작전을 요청했다. 둘째를 함께 데리고 가 달라고 한 것.  늘 누나라는 이유로 동생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첫째에게 엄마와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엄마 입장에서야 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두 배의 즐거움이라지만 첫째 입장에서는 어쨌든 나눠갖는 것이니까. 첫째에게 눈을 찡긋하고는,


"아직 시간있다! 아빠랑 OO이 나가면 바로 우리끼리 놀자!"


눈물이 그득하던 아이 눈이 커지며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 귀에 걸린다.


"정말요?" 재차 되묻고는 끄덕이는 나의 고갯짓에 포옹으로 화답한다. "엄마~! 너무 좋아요~!!"


응당 저녁먹고 할 일 마무리하고 내일을 위해 자자고 말해야 할 엄마인데 함께 '놀자'고 말하는 엄마라니. 생각도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내일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가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잠자리에 드는 아이의 마음. 행복하게 잠들어야 행복하게 눈 뜰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온전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 뿐인데 잠든 아이 눈 위에도 그런 아이를 곁에 두고 글을 쓰는 내 손에도 벌써 행복이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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