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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럽작가 Sep 09. 2020

이사를 포기하고 내가 얻은 것

어쩌면 이게 부자되는 정석일지도

7억. 8억. 9억. 

뉘 집 애 이름이라고 해도 이렇게 쉽게는 못 부르겠다. 자고 나면 억 단위로 올라가는 집값에 나는 이사를 생각하던 마음을 접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이라서 이사를 가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이렇다 할 투자 방법을 모르는 우리 부부는 실거주 집이라도 추후 오를만한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하던 차였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흔히 말하는 초품아.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다. 그 뿐인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학원까지 갖춰져 있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집은 딱 살기 좋다고 불리는 아파트다. 우리 집이 있는 동은 길을 건너지 않고 바로 초등학교에 갈 수 있어 어린 자녀가 있는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다. 얼추 15년이 다 되어가는 구축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조차 꾸준하게 거래가 있었을만큼 수요는 늘 있는 곳이다. 반면 이사 가려고 봐 둔 집은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오려면 길을 두 개나 건너야 한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안좋아지는데 왜 이사 갈 생각을 했냐고? 이유는 두 가지. 얼핏 완벽해 보이는 우리 아파트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나는 지상에 주차장이 있는 데다 수시로 차가 다녀 아이들이 맘놓고 다닐 수 없다는 것. 또 하나는 지하주차장과 아파트가 바로 연결이 안되어 반드시 걸어서 1층까지 와야한다는 점이다.  


이사를 계획했던 아파트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와 근접해 있어서 학군이나 상권은 동시에 누리면서 이 두 가지 단점을 커버하는 집이다. 가장 큰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만큼 당연히 집값은 꽤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이사를 가보려고 무던히도 알아보았다. 


이사갈 집을 처음 알아보던 5월. 이사를 위해 방문한 부동산 사무소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부동산 공부도 책으로 한 나지만 집을 사야한다면 이번 주 내로 결정을 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몇 군데 집을 소개받고 가격을 보니 이 정도라면 이사를 감행해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아닌 은행이 집주인이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계약을 추진하고 싶었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심사숙고했다. 그렇게 망설이는 일주일동안 그 집은 팔렸다.


아쉬웠지만 그때만해도 괜찮았다. 매물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집값의 앞자리 수가 바뀌어 있었다. 예상한 대출금의 액수가 높아졌지만 실거주 집으로 투자의 목적도 달성해보고자 했던 우리는 그래도 이사를 가 보고자 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우리가 사는 집을 먼저 팔아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시세보다 가격을 낮춰 급매로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그 때는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봐 둔 집은 또 팔렸다. 


다음 집을 보러 갈 때마다 집값의 앞 자리 수가 바뀌는 경험은 좌절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대출예상금액이 예산의 최대치보다 더 웃돌 즈음, 우리 부부는 결단을 내렸다. 



"OO아, 꼭 이사를 가야 할까?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차를 걱정할 만큼도 아니고 심지어 학교 가기는 우리집이 더 낫잖아. 그 집이 신축이라도 된다면 이해나 갈텐데 솔직히 이 정도 돈을 더 줘가며 13년이나 된 구축으로 옮겨가는 게 맞나 싶어. 그냥 이 집을 대대적으로 수리해서 분위기를 확 바꿔 살면 어떨까?"


남편은 아무래도 내가 인테리어 때문에 이사를 결정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사를 가려고 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오빠, 애초에 내가 이사를 가자고 했던 건 우리 부부에게 딱히 미래를 위한 투자라 할 만한 것이 없어서였어. 나 역시 책에서 주워 삼긴 지식 정도지 부동산 실전 경험도 없고. 그럴바엔 실거주 집이라도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오를만한 곳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거지. 그런데 지금부터라도 오빠가 우리가 함께 돈 공부를 해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 보는 것에 동의한다면 난 이사 안 가도 돼."


평소 부동산 책을 보고 있으면 부동산이 책대로 되는 것이냐며 핀잔을 주던 남편이었다. 재테크 책을 읽고 남편에게 여러 방법을 제안하면 그 때마다 책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며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남편은 느낀 바가 많은 것 같았다. 


한참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남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 같이 공부해보자. 나도 OO이가 읽는 책도 같이 읽고 함께 할게. 같이 하면 뭐가 달라도 달라지겠지."


그렇게 부동산 책을 같이 보자고 해도 보지 않던 남편이었다. 강의는 당연히 쳐다도 보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함께 돈 공부를 하자는 내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이사를 간 것보다 기뻤다. 부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위해 고민할 시간을 공유한다는 그 사실이 뛸 듯이 기뻤다. 


이사를 포기하고 내가 얻은 것? 그건 바로 남편과 함께 하는 돈 공부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데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함께 하면 힘들어도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부한 것을 실천해 나가다 보면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겠지. 어쩌면 이것이 부자가 되는 정석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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