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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by 샤토디

독립영화는 외부 스폰서 없이 감독 혹은 제작자 스스로가 자본을 대어 만드는 영화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제작자 스스로가 평소에 구상했던 틀에 박히지 않은,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미지와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이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자본의 한계는 그 그려지는 이미지를 거칠고 투박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난해하다는 반응을 끌어낸다. 그 난해함 속에 숨어있는 제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독립영화의 특징이자 묘미라고 생각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굳이 그러한 끈기 발휘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다만 유명 감독이 독립영화를 만든다고 소문이 나거나 어떤 독립영화에 유명 배우가 노개런티로 출연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제사 그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해석을 하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는 무형의 스폰서의 힘을 빌렸다고 할 수 있기에 여느 독립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독립영화는 그러한 숨어있는 제작자의 의도를 찾아내는 수고를 아까워하지 않는 소수의 선구자들에 의해서만 향유되고 곧 아카이브 깊숙이 저장된다.


독립영화의 줄거리는 단 몇 줄로 축약이 가능한데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를 기술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도대체 이 장면의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대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면 한 차원씩 더 쌓아나가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향해 스스로 올라가야 한다.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컷 주변으로 어떤 상징물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지, 심지어 '고마워'라고 하는 짧은 대사에도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곱씹어 보아야 그 의미가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를 감상한 시간보다 해석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렇기에 그 의미는 값지다.


그렇게 깨달은 의미는 나만의 정답이 된다. 100명이 A를 말했다고 할지라도 내가 B라고 생각했다면 나에게는 B가 정답이다. 유명 평론가의 거대 담론을 이해하지 못해도 된다. 내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거부해도 좋다.

그 정답을 어렵게 발굴해 냈기에 이는 앞으로의 내 삶에 은은히 스며들 것이다. 난해한 만큼 해석에 대한 자유도 무한하기에 여러 가지 모양의 영화로 남을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상업영화와 다른 독립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도 약국에 앉아 독립영화 한 편을 보았다. 난해함이 가득 머릿속을 채웠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 근본 모를 아지랑이가 피어 머리를 간질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 아지랑이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은 오늘 남은 시간 감독이 내게 던져 준 자그마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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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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