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부모님

by 샤토디

부모님이 계시는 집과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40분 이내로 왕래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부모님은 우리 집에 자주 오셔서 나와 저녁을 같이 들기도 하신다. 내 집이 엉망이면 정리를 해주신다든지, 냉장고가 비어 있으면 먹을 것을 채워주시기도 한다. 친구에게 농담으로 '나는 독립의 장점과 부모님과 함께 살 때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어'라고 말을 했다. 친구는 정말 그러하다고 부러워했지만 나는 그 말을 꺼내고 한편으로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여전히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님을 찾기 때문이다. 말이 독립이지 아직 완전히 독립하지는 못했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신경 쓸 일이 많아 머리가 들들 볶였을 때 조용한 집에서 혼자 라면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고 싶더라도 이미 현관 옆 부엌창 너머로 불이 켜 진 것을 보면 괜스레 짜증이 나기도 한다. 기껏 찾아오신 부모님을 탓하거나 빨리 가시라고 차마 채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빨리 가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참 불효자식인가 싶더라도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했을 때 조금이라도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나는 그저 그러한 마음도 지극히 생리적인 반응으로 치부하기가 편하다고 생각한다. 자주 보는 부모님이 좋긴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나에겐 때론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러다가 어제 연차인지라 주말 근무를 마치고 부모님 집에서 자고 간다고 말씀드렸다. 언제 오느냐 저녁은 먹고 오느냐 등등 이것저것 물으셨지만 나는 그냥 밥 먹고 늦게 도착할 거야.라고 간단히 답했다. 부모님 집에는 거의 밤 11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다. 그럼에도 두 분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마음이 뭉클했다. 많이 피곤하고 졸음이 몰려왔지만 나는 부모님과 한 시 넘어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잠들었다.


다음날 나는 아침 여덟 시에 일어났다. 아버지께서는 집에 있는 재료로 손수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나는 밥을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곯아떨어졌다. 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셨던 아버지는 잠깐 운동을 하고 올 테니 내가 일어나면 전화하라고 어머니께 말했다. 어머니는 알겠다며 내가 방에서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셨다. 열 두시가 다되어 나는 다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어머니는 지금 베란다에서 키우는 새가 몇 마리며 새끼는 몇 마리고, 알은 몇 개를 낳았는지 또 한 마리는 왜 죽었는지 등등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셨다. 그다지 흥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소개팅 장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상대의 마음을 잡고자 필사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이어나가려는 사람처럼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저런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고구마를 삶아다 주셨고 나는 그 고구마를 먹으며 엄마가 좋아하는 동물 유튜브를 같이 보았다. 어머니가 나에게 말했다. "아빠가 네가 오니까 기분이 정말 좋은가 보더라."


이윽고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점심 밖에서 먹지 않겠냐고. 나는 멀리 나가는 건 싫으니 집에서 먹자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고기를 사 왔다. 우리는 집에서 맛있게 고기반찬을 곁들인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자마자 나에게 저녁은 뭐 먹을지 여쭈셨다. 나는 이제 돌아가봐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그러냐면서 나를 정류장까지 바래다주셨다. 나는 버스를 타고 바깥에 있는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버지는 못 보고 그대로 돌아가셨지만 걸음걸이를 보고 그토록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저 부모님 집에 들어가 하루 밤을 지낸 것뿐이지만 부모님에게 있어서 나는 그분들의 하루를 온전히 쏟을 만큼 아주 반가운 존재였다. 내가 먹는 것 자는 것 하는 것도 모든 것에 관심을 주셨고, 부모님의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잠시 서울을 벗어난 지금도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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