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작품에서 수차례 등장하는 이 짤막한 문장의 근원을 찾는 여정은 흡사 다빈치 코드에서 성배를 찾아 떠나는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뵈의 추적을 연상시킨다.
작중 주인공인 히로바 도이치는 자신의 발언이 학문적 무게를 갖는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사랑이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일 체로 만든다는 이 출처가 불분명한 말에 끄트머리에 괴테의 꼬리표를 전 국민 앞에서 붙이고야 만다. 그에게 있어서 그 말은 반드시 괴테의 것이어야만 했다.
비록 괴테가 하지 않았을지라도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기 때문에...'라는 이 참에 가까운 명제를 믿고 있었기에 전승되어 온 명언의 변조에 대한 고찰도 필요 없었다. 괴테가 말했기에 안심이었고 괴테가 말했기에 그 문장은 의미가 있었다.
결국 그 문장은 괴테가 연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견된다. 조물주의 사랑 안에 인간이 한데 섞일 수 있다는 것 말이 여러 형태로 요약되고 전승되며, 때로는 변조가 되어 도이치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표절과 망상적 논지로 동료 교수의 일순간의 몰락을 직접 목격하였지만 작중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된 히로바 도이치는 되려 안식을 얻는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는 말은 다시금 괴테의 말로써 살아 숨 쉬게 될 테니까.
책을 덮고 나서 정말 괴테가 그런 말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검색창에 그 문장을 입력해 보았다. 아쉽게도 작가가 만든 문장이라는 사실에 조금 김이 빠지기도 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이 문장에 정이 들어서 인지 인류애적 사랑을 표상하는 이 문장이야 말로 부디 (괴테 같은) 유명한 사람 입에서 나왔길 바라는 내 마음도 도이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정의할 수 없으며 무수한 속성들이 떠받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따금 사랑에 대한 명언을 접할 때 내 마음속의 사랑의 모양을 주조하곤 한다. 언제나 그렇듯 한번 더 가공된 사랑의 모양은 조금 더 선명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 이것도 사랑이지.
그럴 땐 그게 괴테의 말이든 인디언 부족의 말이든 그 출처는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도이치도 그러한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