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
숙희가 어떤 매장에 들어선다. 매니저 영철의 얼굴이 방긋 피어오르면 숙희는 당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숙희는 영철의 얼굴의 굴곡의 변화를 순간적으로 알아챈다. 그리고 영철의 표정을 자신의 감정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본다.‘오케이 오늘 영철 매니저의 기분이 좋군’ 숙희도 똑같이 얼굴에 굴곡을 만든다. 이를 본 영철도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이 단 1초 이내에 이루어진다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함박웃음을 지을 때 눈둘레근, 큰광대근, 입꼬리당김근과 같이 큰 근육들을 이용한다. 갓난아기 때 부모의 표정을 보고 웃음 근육의 사용법을 익혀 나간다. 아기들은 놀랍게도 (우연히) 방긋 웃으면 부모의 표정도 방긋 피어오른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영악하게도 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해 이 웃는 표정을 적절히 이용할 줄도 안다. 신체적인 기능을 익힘과 동시에 사회적인 효용을 동시에 배워나가는 것이다. 특히 이 사회적인 효용은 부모를 통해서도 배우게 되지만,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서도 배워나간다. 여러 개체의 표정 변화를 이해하며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나가고 아이들이 만든 가설을 하나씩 증명하거나 수정해 나간다. 그것도 통계적으로.
만약 아이가 기질적으로 정상이고, 이러한 과정들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보통은 감정을 표현한다든지, 아니면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쯤은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우리가 보통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훈련이 적절히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는데 서툴게 되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절 모두가 대근육을 가리고 생활을 하다 보니 어린아이들의 감정 읽는 능력이나 표현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내용의 기사도 많이 배출됐다.)
그런데 앞에서 웃는 표정의 사회적인 효용에 입각한 대근육의 수의적 훈련은 성인이 되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 이성을 유혹할 땐 활짝 웃어보세요. 아침에 30초만 웃는 표정으로 거울을 보세요. 등등. 적절한 훈련을 거치면 누구보다 세련된 미소를 기분이 매우 나쁜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익스프레션(Micro Expression)이라고 하는 미세표정을 컨트롤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미세표정이라 함은 우리가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근육들이 감정에 따라 호응하여 생기는 얼굴의 변화이다. 여기에 관여하는 근육들은 수의근(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감정선이 결여된 표정 연습은 반쪽짜리 표정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웃는 연습을 하더라도 정말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웃으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폴 에크먼 박사도 감정과 표정과의 관계, 특히 미세표정에 대해 [얼굴의 심리학]을 통해 기술한 바 있다. 이 분을 모티브로 한 미국 드라마 라이투미(Lie to me)에서는 용의자의 미세한 표정을 읽어내 상대방의 의중이나 본심을 꿰뚫어 사건을 해결하는 매우 과학적인 독심술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만약 우리가 미세표정을 읽는 데에 익숙해진다면 상대방의 본심을 어느 정도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숙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영철의 미소를 일차원적으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