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롭게 약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세네 살 쯤으로 보이는 어린아이와 엄마가 약국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처방전을 맡기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한편 아이는 약국을 돌아다니며 여러 굿즈를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타요타요 캔디를 들고 엄마한테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 아이를 끌고 병원에 오느라 진이 빠진 엄마는 다음에 사줄게 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이는
"엄마 돈 없어서 그렇지?"
라고 말했다. 처방전을 들고 조제실 안으로 들어가느라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엄마는 적잖이 당황하여 아이를 꾸짖기 시작했고 아이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엄마가 돈 없어서 그렇다. 우리가 전셋집에 사는 것도 돈이 없어서 그렇다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조제된 약을 설명하는 중에도 아이는 엄마를 긁어댔고 엄마는 적잖이 긁힌 모양이었다. 약을 챙긴 엄마는 아이의 팔을 확 잡아채며 약국 밖으로 나갔다. 약국 밖에선 아이가 "엄마는 거지야!" 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고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손님들은 당황해하며 실소를 머금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구직자들 사이에서 직업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적성이었다고 한다. 직업이 나의 정체성을 형성할 건데 당연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현재는 그것이 이 돈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하기 싫은 일이라도 돈만 많이 주면 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 해서는 안 되는 말, 해서는 안 되는 생각도 다 돈이 얽혀있는 것 같다. 오늘 목격한 황한 광경을 미루어 볼 때, 성인이 아닌 어린아이들도 이미 이러한 분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떻게 세상이 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