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를 이겨본 적이 없다

by 샤토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선 자식이 한참 어리니까. 수준이 낮으니까. 그리고 내 배를 통해 직접 낳았으니까. 이해와 인내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의 행동을 모두 받아들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설득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정도로 생각해 보면 될까? 자녀가 없는 내 입장에선 이 정도가 부모의 입장을 헤아려볼 수 있는 최선의 가정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엄마를 이겨본 적이 없다.


소지품에 나의 사생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나이인데, 이따금 여기저기 방을 헤집어놓는다. "엄마 내가 내 방은 건드리지 말랬잖아."에서 "엄마 책상만큼은 그냥 둬"에서 "엄마 책상 서랍은 열지 마" 읍소하는 상황까지 왔다. 그래도 엄마는 항상 먼지가 너무 많은데 이렇게 두면 나중에 정리 못해.라는 말로 생글생글 웃으며 나의 성질머리를 가볍게 쳐낸다.


집안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 나의 소중한 물건들을 숨겨 놓아도 엄마는 그것들을 기어코 찾아내서 이런 거 있는데 왜 또 샀어? 물건 살 때는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사렴. 이라며 다른 장소에 있던 같은 물건과 함께 내 책상 위에 척 올려놓는다. 나는 그 물건이 있는 줄도, 내가 이미 구매한 줄도 모르고 또 사서 애지중지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이런 건 있는데 왜 또 사려고 해. 라며 나에게 핀잔을 준다.


아이가 엄마한테 물건을 사달라고 떼쓸 때 "이런 거 집에 있잖아" 라며 다그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거 다 있는데 왜 또 사려고 해? 내가 어릴 때도 그랬다. 우리 엄마는 내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그래. 라며 친구들에게 푸념을 늘어놓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의 관심은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한결같을 따름이다. 나는 그저 장난감가게를 지나치는, 매대에 군것질거리가 가득한 매장 앞에 서 있는, 엄마손을 꼭 잡고 떼쓰는 어린아이와 다름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내가 엄마를 이기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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