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의 기준

by 샤토디

손절의 역치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툭하면 손절한다고 노래를 부른다. 쟤는 이래서 쟤는 저래서 다시는 상종도 안 할 거야. 그러나 상대는 손절당함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소극적인 손절에서 멈춘다. 이윽고 우연히 상대의 작은 친절이나 호의에 손절선언은 바로 무너져버린다. 왜? 너 손절 친다고 하지 않았어?라는 질문에 부끄러운 얼굴을 숨기기 바쁘다.


반면 어떤 사람은 인내와 인내를 거듭한다. 상대를 끝까지 믿고 신뢰하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비용도 기꺼이 감수한다. 그러다가 딸깍.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방아쇠가 당겨지면 그 뒤로는 걷잡을 수 없는 손절의 절차가 척척 진행된다. 대부분 비가역적이다. 상대의 태도 변화에도 심드렁하며 무거운 판단을 끝까지 이고 간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마음속에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을 여러 차례 가로새기더라도 넌 앞으로 보지 않을 거라는 호기로운 장담을 입 밖으로 내뱉은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상처주기 싫어서, 내가 잘못생각한 것일 수도 있어서. 좋게 이유를 붙여보지만 결국 모질지 못해서다.


살다 보니 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방청소처럼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 명씩 삭제해 버리는 식은 아니지만 단 하나의 어설프고 힘든 관계가 이따금 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망가뜨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를 정리하는 방식에도 나름 기준을 세우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법칙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것 같다. 관계는 그만큼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뒤통수를

약하게 세 번 치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과 세게 한 번 강타한 사람이 말이라도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들에 대한 손절의 기준을 한 문장으로 만들 수나 있는 것일까?


사람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관계를 꿰뚫어 보는 직관이 생기리라. 그전까진 조금 손해 보더라도 최대한 어우르는 자세가 편한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에 한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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