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너희 아빠 병원에서 치매검사를 했는데 나는 만점인데 너희 아빠는 하나 틀렸대"
어머니는 아버지를 이겼다는 것에 아주 신이 났다. 반면 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표정 속에는 '하이 참 이런 걸 왜 틀렸을까' 라며 아쉬워하는 아버지의 기분을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건강을 끔찍이 생각하신다. 1년에 한 번 검진하라고 하면 꼭 6개월에 한 번 찾아가서 한 번 더 검진을 받으시고, 검사 결과지가 조금 애매하다 싶으면 다른 병원에서 판독지에 "정상"이라는 문구가 찍힐 때까지 여러 차례 검사를 받으신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거봐 정상이지 이 병원이 검사를 참 잘해" 라며 안도하신다.
과거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중환자실에서 십수 년간 계셨다. 입원비로 지출되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했다. 월급쟁이였던 아버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극진히 보필했다. 어렸던 나는 왜 또 이사를 가냐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향해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나를 꾸짖으셨다.
이제는 자녀들에게 그러한 어려움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건강히 말년을 보내기 위해 관리를 꾸준히 하신다. 최근 몇 년 간 그렇게 해오셨는데 치매 검사에서 만점이 아니라는 결과에 적잖이 당황하신 모습이 역력했다.
"치매에 좋은 게 뭐가 있을까?"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물으셨다. 나는 고르고 골라 가장 좋은 제품을 구입해서 아버지께 드렸다. 아버지는 고맙다며 약을 받으셨다. 그리고 나는 병원에서 진료를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아빠 병원 진료받았어?"
통화할 때마다 아버지께 물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응 내일 보려고, 응 다음 주에 보려고.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셨다. 내가 드린 건강기능식품은 잘 드시고 계신지도 의문이 들었다. 다른 건강은 그렇게 챙기시면서 왜 이번에는 이렇게 주저하실까?
일주일에 한 번 아버지와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돌아가시는 뒷모습을 끝까지 살펴본다. 아버지의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엉거주춤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헬스장에서 일립티컬을 한 시간 쉬지 않고 탈 수 있다고 하시는데 정말 그런지 잘 모르겠다. 예전엔 부모님 생각, 이제는 자식 생각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