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근무가 시작되면 오로지 집중을 하는 편이라 사람들이 오가더라도 미처 인사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약간의 주의력과 조금의 적극적인 자세가 있다면 매일아침의 인사가 쉬울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극단적으로 내성적이라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한 변명을 머릿속에서 준비해 놓지만, 그게 상대방에게 전달될 리 만무하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나는 말없이 그저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일하다 집에 가는 한 명의 직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신규 직원이 받게 되는 관심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시들해지고 없어질 것이다. 한마디로 오픈 빨은 단 며칠뿐이다.
그러다 보니 인사란 것이 참 중요하다 느낄 때가 많다. 미처 아침인사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정작 중요한 타이밍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먹먹할 때가 많다. 결국 나에게 손해가 되더라. 꼭 모두를 붙잡고 인사를 해야지 하지만 그 타이밍, 그리고 소심함 때문에 오늘도 놓쳤다.
그런데 나보다 약간 일찍 들어온 직원이 있다. 그 직원은 항상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간밤에 안녕하셨냐는, 별일 없고 잘 돌아왔냐는 뜻의, 심플한 안녕하세요가 아니다. "선생님 어제 뭐 하셨어요", "연차 때 뭐 하셨어요, 다들 선생님 없다고 난리였어요", "선생님 고기 사주세요" 등이다. 대부분 빈말 투성이지만 그 의도가 뻔히 보여 전혀 밉지가 않고 정이 간다.
물론 그 직원이 나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실없어 보이는 장난기 섞인 인사를 건넨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 직원의 실수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편이다. 모두에게 은총을 받은 것처럼. 대화의 주제로 그 직원이 입에 오르내리더라도 사람들은 피식대며 즐거워할 뿐 싫은 기색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인사란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만큼 상대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간다. 그 직원처럼 '안녕하세요'에 다가 약간의 변조만 주더라도 비집고 들어간 틈에서 호감은 어느덧 뿌리를 잡고 자라난다. 그렇게 간단한 걸 심지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못하고 있다.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이것도 습관이리라. 툭툭 던지는 인사도 큰 한숨 쉬고 한번 던지면 그다음은 더 쉬워지리라. 어렵지만 더 큰 부담과 무게감이 느껴지기 전에 한 발자국 내디뎌 보자. 아마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모습도 많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