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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Jun 26. 2020

원격수업으로 보는 대학 강의의 민낯

아이가 거실에서 원격 수업을 받는다. 

수업내용을 절로 듣게 되는데, 그게 참, 모르는 게 약이다.   

  

교수가 출석을 부른다. 아이들의 대답에 일일이 얼굴을 보면서 확인을 한다. 교양수업이었는지 학과도 묻고 학년도 묻고 이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얼굴 좀 자세히 보자며 카메라를 제대로 들이대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모자를 쓰고 있던 학생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던 학생이 고개를 들어 똑바로 마주 보게 한다. 어느새 20여분이 지났고, 출석을 다 부른 교수는 그럼 잠시 쉬어가자고 한다. 네? 이제 출석 마쳤는데 쉬자고요? 나의 내적 외침이다. 아니, 이제 다 들어온 거 확인했는데 쉬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15분 정도 쉬고 교수는 다 들어왔는지 묻는다. 아이들은 대답하고 잠시 캠을 켜는 듯하고 다시 끄는 듯하다. 어쨌든 교수는 이제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보게 하면서 그것을 읽는다. 말하듯이 하지만, 그냥 읽는다. 약간의 조사를 넣기는 하지만 보충설명 없이 그저 읽을 뿐이다. 조사가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마저 그냥 읽는다. 

20분 정도 지루한 읽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쉬는 시간.    

  

학생들이 들어왔는지 확인 후 교수는 과제를 내준다. 자신이 읽은 바로 그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가지고 요약정리해서 리포트로 내라는 것.      

이런 수업을 주 3회 정도 듣는다. 그럼 다른 수업은? 거의 과제로 대신한단다. 한 학기 20학점은 들을 텐데, 이게 수업이냐?! 이게 나라냐, 에서 이게 수업이냐,를 외쳐야 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코로나가 내게 별걸 다 알려준다. 코로나가 내게 별걸 다 분노하게 만든다. 


하지만 알아야 할 걸 알려주는 것, 분노할 일을 분노하게 하는 것. 

지구가, 환경오염이 이 모양이다, 이대로는 지구가 지속 가능하지 않아, 그러니 너희들 잠시 멈춰,라고 인간을 바이러스로 만들어 죽이더니(지구 입장에서는 인간이 바이러스가 된 셈이니까), 너희의 문명이, 최고 교육기관이라는 것이 이 모양이다. 봤냐? 이래도 가만있을래? 종주먹을 들이민다. 

아이고 머리야. 급속 성장세대는 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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