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어릴 때 어린이집 보내놓고 수영을 배우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음파와 발차기를 하는데 너무 추워서 배가 아팠다. 추웠다고 하니 다들 열심히 안 한 거라고 했다. 발차기만 해도 열이 나는 법이라면서. 설마... 어쨌든 결정적으로 생리를 하고 나면 진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여름이면 가끔 수영 생각이 났다. 지병 탓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바다는 엄두가 안 나고 그늘이 있는 호텔 수영장 물 위에 떠있는 모습을 떠올려보곤 했다. 몇 해째 상상만 하다가 어느 해인가 진짜 실현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연히 물 위에 뜨지 못하고 허우적대다 돌아왔다. 그랬는데도 배가 아파서 혼났다. 수영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었다.
지난겨울, ‘나의 그녀’가 수영에 흠뻑 빠져있다고 했다. 그녀의 말이라면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나. 더위가 시작되면서 한번 해보자, 마음먹게 되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이제 생리도 안 하니까. 이럴 때 느끼는 완경의 기쁨. 그리고 첫날부터 수영을 사랑하게 될 것을 예감했다. (아직 6일 차라 사랑한다는 말까지는 못 하겠다. 그럼에도..)
어릴 때 달리기를 좋아했다. 바람을 가르는 맛. 달리고 나서 뻐근해지는 숨과 다리. 서서히 온몸을 덮치는 나른함까지. 상쾌함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했다. 수영을 하며 어릴 때의 그 기분을 다시 느낀다. 수영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온몸을 감싸는 바람을 느낀다. 바람이 닿는 선명한 감각에 생기가 깨어난다. 수영 전과 달리 몸이 바람을 느끼는 건 왜일까. 물의 압박이 아닌 공기의 편안함 덕분일까. 그녀 말에 의하면 ‘물을 가르는 맛’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물을 가르지는 못하지만 물이 휘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생하다. 그동안 내가 해온 운동은 운동이 아니었던 거다. 기체조, 요가, 걷기... 그런 것은 뻐근함도 상쾌함도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나른함을 주지 않았다. 그저 지쳐갔을 뿐.
나이가 들면 더 이상 뇌세포를 만들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도 뇌세포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오로지 운동을 통해서. 새로운 뇌세포가 생성될 때 이런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닐까. 아! 상쾌해. 새로운 뇌세포 친구야, 반가워.
상쾌함을 만끽하며 돌아오는 길, 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비에 젖어 더 청초한 모습으로. 메꽃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팔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나팔꽃이 메꽃과에 속하는데. 모르는 거 천지다. 새로 알아가기, 새로운 거 몸에 익히기. 뒤늦게 무언가를 할 줄 안다는 기쁨을 만끽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