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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트럼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 10가지

2025.1.6, FT

by 스티뷴

워렌 버핏, 전설적인 투자가이자 버크셔 헤더웨이의 회장이다. 세계 부자순위 Top 10안에 꼬박꼬박 드는 분이다. 그가 94세의 나이에도 지키는 습관이 있으니, 바로 경제지 읽기다. 나 역시 영국의 Financial Times, 미국의 Wall Street Journal 그리고 영국의 주간지 Economist를 구독 중에 있다. WSJ은 출근길 아이패드로, FT는 출근 후에 종이신문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주말에 동네 카페에 가서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어 본다.


새해 다짐으로 영자지를 읽어야겠다는 이들이 많을 것이기에 간단한 팁을 드린다. 꼼꼼히 사전과 씨름하며 밑줄 쳐가며 읽을 필요가 전혀 없다. 그보다는 꾸준히 매일 읽는 게 훨씬 중요하다. 처음 시작하는 이라면 넘겨가며 제목만 읽어도 된다.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반년이 되어 간다면 어느새 각 신문의 논조도 눈에 들어올 것이다. 좋아하는 칼럼니스트도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독하는 섹션도 생기게 된다.


나는 파이낸셜 타임즈에서는 Big Read라는 섹션과 Business Life를 즐겨 읽는다. Big Read는 FT의 주요 섹션으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 트렌드 또는 사건에 대해 심층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는 코너다. 일반 뉴스 보도와 다르다. 쉽게 말해 "특집 분석"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글로벌 이슈 중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며 신문 한 면을 다 차지하는 장문의 글이다.


어제 아래 제목의 특집기사가 흥미로워서 소개해본다.


세상이 트럼프 중심으로 돌아가지만은 않을 것(The world will not revolve around Trump)


많은 새해 예측은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에 의해 시장 변동이 좌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칼럼니스트 Sharma의 생각은 다르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과 테크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투자 스타는 다른 곳에서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기고의 내용을 가급적 다 실어보려고 했다. (종이 신문은 위와 같은 제목이었으나, 수정 가능한 인터넷판에서는 제목이 "Ruchir Sharma: top 10 trends for 2025"로 바뀌었다.)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하고 분절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한 사람, 도널드 트럼프에게 사로잡힌 듯합니다. 많은 이들이 세계 경제 및 시장 동향이 트럼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단일 요인(트럼프를 말한다)이 예측의 결정적인 근거가 된 적은 없습니다.


세상은 단극적(unipolar)이 아니며, 트럼프처럼 거대한 인물이라도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과거 미국 대통령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종종 놀랍기도 했지만, 때로는 미미했습니다.


1. 역발상 투자자의 귀환

역사는 글로벌 경제와 시장이 직선적인 추세가 아니라 순환적인 패턴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역발상 투자는 이러한 패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한 시대의 인기 있는 투자 테마는 과열되면서 몰락의 씨앗을 뿌리고, 다음 시대에는 더 이상 강세를 보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현재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든 시점에서도 2010년대의 인기 투자 대상이었던 미국의 빅테크(Big Tech)는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의 목록이 매 10년마다 극적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위 10대 기업 중 7개가 2010년대부터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포함됩니다. 지난 15년 동안의 트렌드는 미국과 AI(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열광, 막대한 경기 부양책, 투자 게임화, 알고리즘 거래, 그리고 패시브 펀드의 부상으로 인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18세기 자본주의의 시작부터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개념이 사라졌거나, 아니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부활할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후자에 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만약 창조적 파괴가 다시 돌아온다면, 이는 역발상 투자의 부활을 의미하며, 미국과 주요 기술 기업에서 벗어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전환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2. 모멘텀 투자 붕괴 가능성
모멘텀 투자자는 최근 몇 달간 승자와 패자가 앞으로도 같은 경로를 계속 걸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작년은 이 투자자들에게 아주 성공적인 해였습니다. 빅테크 외에도 금융 및 기타 섹터 주식이 모멘텀 투자 열풍에 힘입어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기록적으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모멘텀 투자는 곧 붕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3. 미국의 재정 적자와 과도한 부채
트럼프의 감세와 규제 완화가 미국 경제와 시장을 새로운 고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재정 적자는 여전히 GDP의 약 6%에 이르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은 이를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재정적 방만함이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부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했으며,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은 세 배 더 늘어났습니다. 2025년에는 장기 미국 국채가 시장에 늘어나면서 채권 시장이 이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4. 미국 예외주의의 허상
미국의 "예외주의"에 대한 열광은 정부 지원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인위적으로 부양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정부 지출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의 20% 이상이 정부에 의해 창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2010년대 1%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미국 경제는 약 3%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새해에는 재정 부양 효과가 감소할 예정이며, 통화 완화 속도 또한 둔화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를 추가로 부양하려 한다면, 이미 높은 수준인 인플레이션이 더욱 급등할 수 있으며, 이는 연준과 채권시장이 금리를 인상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큽니다.


5. 새로운 투자처는 어디에서 나타날 것인가?
오늘날 많은 국가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지만, 바로 이러한 곳에서 미래의 "스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남유럽 국가들이 위기를 겪으며 개혁에 성공했듯이, 현재 소외된 국가들이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같은 국가들이 이전의 "약자"에서 "강자"로 변모했습니다.


현재 신흥 시장에서 많은 기회가 창출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소비와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들 경제의 1인당 GDP 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설비 투자와 견고한 소비 증가가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와 같은 국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남아공, 인도는 이미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두드러지는 투자처로 자리 잡고 있으며, 2025년이 되면 이런 모습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6. 중국의 투자 가능성
중국 시장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투자 불가(uninvestable)"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발상 투자자는 종종 그러한 기회를 주목합니다. 현재 중국에는 10%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수익률(Free Cash Flow Yield)을 보유한 250개 이상의 기업이 있으며, 이는 미국보다 100개, 유럽보다 60개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BYD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테슬라와 유사한 수익성을 보이면서도 주가수익비율(P/E)이 훨씬 낮습니다. 투자자들이 중국을 다시 "투자 가능한 시장"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7. AI와 빅테크의 한계
빅테크 기업들은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투자는 소비자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기업의 초과 수익을 감소시키고 투자자들이 높은 평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가능성이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본 지출 붐으로 인해 소비자에게는 이로울 수 있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초과 수익을 감소시키고, 투자자들이 이들의 높은 평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테슬라는 올해 인공지능(AI)에 약 2,8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인데, 이는 5년 전 800억 달러에서 급격히 증가한 수치입니다. 다만, AI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실제로 어떤 기술이 적용될지, 얼마나 엄격히 규제될지, 어떤 기업이 이를 통해 수익을 낼지는 불확실합니다. 아직까지 AI를 매일 사용하는 노동자는 5%도 안 되며, AI를 기업 운영에 통합한 미국 기업도 10% 미만입니다. 이는 AI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확실한 수익을 내는 길은 아직 멀었습니다.


8. 미국 없는 무역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보좌관들의 주장대로 협상을 위한 전략이라면, 이는 이미 다른 국가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협상은 미국을 제외하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개국 대표들은 25년간의 논의 끝에 세계 최대의 무역 연합을 형성하기 위한 계획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EU와 라틴아메리카의 메르코수르(Mercosur) 그룹을 연결하는 것으로, 비준될 경우 회원국 간 관세를 90% 삭감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 달러 기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경쟁자를 차단하기 위해 제재를 사용하는 것에 겁을 먹은 여러 국가들은 지역 이웃 국가들과의 무역을 촉진하거나,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거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는 22개국과 루피화로 무역을 진행하는 협정을 체결했으며, 인도-러시아 간 무역의 90%는 현지 통화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석유 수출국들도 달러 이외의 통화로 석유를 판매하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글로벌 무역은 이미 변화하고 있으며, 가장 큰 무역 경로는 이제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대 무역 경로 중 8개는 미국을 포함하지 않지만, 그중 다수가 중국을 한쪽 끝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과 베트남의 경우 연간 성장률면에서 여전히 미국이 가장 큰 대상) 미국이 관세를 위협하고 달러를 무기화할수록, 과거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 없이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겁니다.


9. 사모 시장의 과잉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피난처로서 사모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틈새 대안이 아닙니다. 2000년 이후 미국의 상장 기업 수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 약 4,000개가 된 반면, 비상장 기업 수는 거의 5배 증가해 약 10,000개에 이르렀습니다. 사모 시장은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첫 번째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사모 대출은 은행 대출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사모 시장에서 조달된 자본 규모가 전 세계 공모 시장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모 시장의 불투명한 위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모 시장의 주류화와 그로 인한 과잉은 2025년에 더 큰 감시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0.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는 법(No magic injection)
마지막으로, 미국인은 또 다른 방식으로도 예외적입니다. 성인 비만율이 44%에 달하며, 이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TV에 비교적 새로운 "GLP-1" 체중 감량 주사제에 대한 광고가 넘쳐나는 것은 놀랍지도 않습니다. 지난달 한 연구는 미국의 비만율이 소폭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예상치 못한 변화가 오젬픽(Ozempic)과 같은 GLP-1 약물에 크게 기인한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주사를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늘어납니다. 이 치료법은 근육을 손상시키거나 위를 마비시키며 시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역발상 투자자들은 의사가 아닙니다. 다만, 너무 좋아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만에 대한 빠른 해결책으로 제시된 이 약물이 단순한 또 다른 다이어트 유행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기고자가 더 궁금한 이는 위키피디아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길.

https://en.wikipedia.org/wiki/Ruchir_Sha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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