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떠나는 해외출장 필살기 (9)
드디어 출국일이 되었다.
항공기를 탑승해서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유의사항을 적어보겠다.
특히나 수화물이 안들어오는 경우에 대한 대처요령은 유의해서 일독해주기를 바란다.
<인천공항 도착과 출국>
집을 나서기 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여권과 스마트폰을 챙긴다. 다 잃어버리는 한이 있어도 이 두 아이템은 늘 소지해야 한다. 비자 면제 협정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는 무비자 입국이지만, 여전히 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한 나라들이 있다. 여행사 발권 시 통상 처리가 되지만 한번 확인은 해봐야 한다.
변호사로 일하는 지인의 사례를 공유한다. 그는 상하이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갑작스럽게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부재 중 업무와 관련한 이런 저런 부탁을 하고 갔다. 그는 명문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 합격자에 금융이 주 종목이다. 나는 알아서 잘 준비할 것으로 알고 별다른 염려는 하지 않았다. 그는 출국당일 인천공항에 갔다가 중국행 비행기에 타보지도 못하고 도로 출근했다. 중국이 비자가 필요한 나라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상대방 선물 등 중요 아이템인데 캐리어에 넣을 수 없는 짐은 전날 다시 한번 체크하고 현관에 가져다 놓는다. 정신 없이 공항으로 향하면 빠뜨리게 되는데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깜빡한 것을 알게되는 경우 난감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항에는 최소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사실은 다 알 것이다. 상사는 비즈니스석이라서 priority check-in이 되므로 공항에서 만나서 같이 체크인을 하자. 내 짐도 priority tag을 붙여서 부칠 수 있고 수속도 빠르다. 직항이고 환승이 없는 경우에는 짐을 부쳐도 분실의 우려는 적다.
장거리 비행인 경우 수행원도 비즈니스석을 제공해주는 곳이 있다. 이건 정말 회사에 감사할 일이다. "비즈니스는 고객이고 이코노미는 화물"이라는 웃픈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 장거리 비행에서 이코노미는 참으로 고통스럽다. 나도 잦은 비행에 뒷목이 고장나 한동안 병원을 다닌 적도 있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여행 목베게, 안대, 귀마개 등 자신에게 맞는 보조도구를 챙겨서 피로를 각자 완화해보자. 안대와 귀마개는 승무원에게 청하면 준다.
여권은 자동 출입국 심사 등록을 해놓자. 절차는 간단하다. 인천공항 출입국 심사가 워낙 신속해서 자동 출입국과 그닥 시간 차가 없지만 그래도 등록을 권한다. 자동출입국 심사 등록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편으로 심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빠른 쪽으로 수속을 밟으면 된다.
출입국 심사가 끝나면 상사는 면세물품을 찾으러 가거나 쇼핑을 추가로 하거나 아니면 라운지로 직행하거나 한다. 괜히 따라다니는 눈치 없는 짓은 하지 말자. 라운지 위치 정도를 알려드리고 항공편 게이트 앞에서 만나면 된다.
<착륙 전>
승무원에게 슬리퍼를 하나 달라고 해서 챙겨가는 편이 좋다. 해외 호텔에서 슬리퍼가 없는 경우가 가끔 있다. 없으면 불편하다. 내 자리가 심각하게 뒷쪽이라면(물론 수행원 자리는 가급적 가장 앞쪽 자리여야 한다.) 승무원에게 어느 좌석 수행원인데 착륙 직전에 비즈니스석에 앉게 해달라고 얘기해보자. 비어있으면 다 해준다. 상사와 비슷하게 아웃할 수 있으므로 이 방법이 매우 유용하다.
<현지 공항에 내려서>
임원은 당연히 이코노미보다 먼저 비행기에서 아웃한다. 잘 따라잡아야 한다. 대개의 경우 임원은 나가서 어느 지점에서 나를 기다리지만, 성질 급한 사람은 출입국 심사대에 먼저 가서 줄을 서거나 한다. 어느 경우든 출입국 심사 전에 따라잡거나 자신의 위치를 알리거나 해야 한다.
공항을 나와 호텔/행사 호스트/현지 도움 등 픽업이 준비되어 있으면 그냥 타면 되고,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가급적 택시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택시는 authorized된 것인지 확인하자. 가끔 택시인 척하는 차량들이 줄 서 있다가 호객하는 경우가 있는데 별 생각없이 이를 타는 경우 도착 첫날부터 고생이 시작될 수 있다.
현지에서는 봉투에 상사의 비상금 조로 현지통화 기준 200불-300불 정도를 넣어 드리는 것이 좋다. 본인도 현지에서 돈을 쓸 일이 가끔 있기 때문이고, 혹시라도 각자가 따로 움직이게 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때 필요하기도 하다.
<캐리어가 도착하지 않은 사고 발생 시>
아무리 기다려도 수화물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오지 않는 짐. 모두가 떠나고 둘만 남은 상황. 배달 사고다. 초장부터 완전 꼬이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주로 악명 높은 유럽 공항 특히 파리와 암스테르담에서 종종 일어난다. 나는 직접 겪었다. 모든 공항 수화물 벨트 근처에는 baggage claim office가 있다. 가서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것저것 적게 한다. 수화물을 잃어버린 나는 폭발직전의 상태이지만, 사무실 직원들은 심드렁하다. 일처리도 꼼꼼하지 않다. 이런 수화물 미도착 건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이륙전 창밖으로 내 캐리어를 싣기 위해 가져온 것 까지 눈으로 직접 봤는 데도 공항 직원이 빠트렸다. 불운일 뿐이다. 길길이 날뛰어봐야 건질 수 있는 것이 없다. 잠시 심호흡하고 후속처리에 집중하자.
먼저, 처리하는 직원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은 필수로 메모한다. 공항직원은 당신에게 코드를 줄 것이다. Worldtracer라는 조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당 코드를 입력하면 현재 수화물 상태가 뜬다. 보통은 다음 항공편으로 오는 경우가 많지만, 다음날 오는 경우도 있다. 또한 emergency kit이라고 해서 조그만 가방을 주는데, 흰 면티와 간단한 세면도구 등 별것 아닌 것들이 들어있다.
항공사 별로 보상 규정이 다르겠으나 내 경우에는 150유로 한도내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고 영수증을 이메일로 증빙하면 계좌로 돈을 부쳐 주었다. 다만 비즈니스는 무조건 보상을 하지만, 이코노미는 24시간 이후로 짐이 도착한 경우에 한해서 였다. 항공사별로 다르겠지만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보상은 현지에서 급하게 필요한 물품 등(의복, 화장품 등 생필품)에 한한다.
다녀와서는 출발 전 가입한 국내 보험사의 여행자 보험으로도 동일 증빙에 대하여 실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여행자 보험의 보상 규정을 클라우드 등에 챙겨놓기 바란다) 내 경우에는 둘다 합하면 양복 한벌 정도 사 입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실제로도 옷이 필요해서 부랴부랴 사 입고 영수증을 챙겨 돌려받았다. 사실 짐이 도착할 때까지의 정신적 피로에 비하면 턱없는 위자료다. 그래도 보상은 최대한 받도록 하자. '수화물지연증빙확인서'는 해당 항공사에서 받아야 하니 이메일과 담당자 연락처를 활용하면 된다. 아울러 보상에 필요한 '물품(생필품과 의류에 국한한다고 설명했다.) 구입 영수증'도 필수다. 정액 보상이 아닌 실비 보상임에 유의하자. 나머지 보험금청구서나 탑승권 등의 추가 서류는 귀국 후에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수화물이 사라져 버린 출장 중에 다른 기관의 임원이 나에게 농담을 건넨다.
짐 들어왔어? 아직도 안왔다고? 허...나도 젊을 때 당해봐서 아는데
그거 당신 보스보다 당신 짐이 먼저 올 수도 있다?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상사 짐보다 내 짐이 먼저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니 아예 안오느니만 못한 상황이다. 수행원은 괜히 내가 뭔가 잘못한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은근히 짜증이 나게 된다. 계속해서 전화하고, 인터넷으로 짐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국제회의라면 사무국 직원에게 도와달라고 다그치는 것도 방법이다.
이날 이후 나는 정장을 들고 다닌다. 정장을 접어서 캐리어에 넣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논스톱 항공기라면 이런 사고의 위험은 거의 없으나, 큰 공항이고 환승이 많은 경우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내 환승지가 그런 악명으로 유명한 곳은 아닌지 한번쯤 검색해 보기를 바란다.
<호텔 도착>
상사의 여권을 전달받아 체크인을 진행한다. 호텔 직원에게 미소를 지으며 내 보스한테는 업그레이드 된 방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보자. 안돼도 그만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호텔에서는 내 상사에게 presidential suite로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다. 호텔 전체에 2개 밖에 없는 방이다. 나도 그런 넓은 객실은 처음 가봤다. 침실과 별도로 8명이상이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는 응접실, 부엌이 따로 있고 보통의 객실을 4개는 합쳐놓은 느낌이었다. 상사야 따봉이다. 이런 경우 출장은 술술 풀리게 되어 있다. 방을 배정 받으면 따라가서 기본적인 사항을 체크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수행원에게 말씀해달라고 해야 한다. 호텔방은 하자에 대하여 클레임을 걸면 당연히 바꿔준다.
<현지 관광 정보>
책자나 구글에 나오지 않는 정보가 필요하다면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주최 측에 친한 지인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험상 Concierge가 정확하고 좋은 정보가 많다. 호텔로비에 있는 안내직원을 말한다. 팁을 아끼지 말고 물어보도록 한다. 나는 봐서 경험이 많아 보이는 직원에게 전략적으로 푼돈이 아닌 두둑히 팁을 준다. 그는 체류 내내 나만 보면 달려온다.
<체크 아웃>
상사가 로비로 내려오기 전에 호텔 차지를 한꺼번에 다 정산을 하고 기다린다. 나중에 정산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영수증은 각자의 이름으로 받는 게 좋다. 쓰고 남아 상사가 되돌려주는 현지통화나 내가 환전한 돈 어느 쪽이든 체크아웃일에 현지 통화가 남았다면 호텔비 결제로 다 써버리고 오는게 좋다. 달러화가 아닌 이상은 나중에 다시 쓸 일도 없고 환율도 안좋아서 가져와봐야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