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이다. 딸의 졸업식장이었다. 졸업식장 무대 스크린에 아이들이 적어낸 한마디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올라왔다. 딸의 한 줄은 "인생은 독고다이"였다.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흠칫한 기억이 있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적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맞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결국은 혼자다.
밤 10시가 되면 즐겨 찾는 주파수가 있다. 93.1 KBS 클래식 FM "당신의 밤과 음악"이다. 진행자는 이상협 아나운서. 이 채널을 들은 지는 오래되었다. 은퇴한 김세원 아나운서부터 이미선 아나운서 그리고 현재의 이상협 아나운서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예의 그 두툼한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늦은 밤 그가 던지는 불의타식 유머에 혼자 빙그레 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상협 아나운서는 팔방미인이다. DJ로서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는 시인이며 스포티파이에서 그의 자작곡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나하고 닮은 점도 있다. 동갑내기에 같은 대학 출신인 것은 그렇다 쳐도,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 나온 그의 에세이 책 "나에겐 가까운 바다가 있다."는 그의 혼자 놀기 비법 전수다.
혼밥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공동체"안에서 혼자 있다 보면 불안해지는 탓이다. 나라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자리를 마다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그런 자리는 한동안 없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나는 혼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혼술 또한 기꺼이 즐긴다. 제주도 여행을 혼자 다녀온 적도 여러 번이다. 올레길 스탬프를 꾸준히 찍고 있다. 주말이 다가오면 단톡방에서 대학동기들과 자전거 라이딩 스케줄을 잡지만, 솔로 라이딩 또한 꽤 자주 그리고 멀리 나간다.
살면서 너무 많은 사람을 알아왔다. 필요에 넘치는 사물을 소유했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왔다. 너무 많은 건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다. 장난감이 너무 많은 아이는 장난감이 주는 재미를 상실한다... 우리는 뭔가 좀 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늘 무언가 하고 있다. 나 역시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누가 읽을지도 모르는 글을 쓰고 있다. 나를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 by 이상협
독고다이 인생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하고, 자신과 좀 더 친해져야 하며,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방법론이 궁금하다면 그의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나 역시 책을 보고 핸드폰에 내려받은 앱이, 중간중간 이거다 싶어 저장한 메모의 수가 제법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