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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뷴 Jul 12. 2023

바르샤바: 다음에는 쇼팽 박물관

장거리 여행을 시작한 지구별 여행자들 치고, 유럽을 한 번쯤 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패키지로, 자유여행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중에 정작 폴란드를 가본 사람은? 많지 않다. 가보더라도 슬쩍 지나가면서 들르는 곳 정도?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체코의 프라하에 이웃하고 있다. 눈도장 찍어야 할 곳도 이미 체코에 많으니, "다음 기회에~"하는 곳이다. 나라도 체코의 야경과 바르샤바의 우중충한 건물들 사이에서 어느 한 곳만 가야 한다면, 미련 없이 프라하를 택하겠다.


그러나 그 "다음 기회"가 당신에게 생겼다면? 나는 바르샤바를 적극 추천한다. 유럽 주요 도시를 가봤지만, 첫 도시로 바르샤바 여행기를 쓰는 이유다. 보석 같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쇼팽 박물관"이다. 조금은 색다른 유럽 여행을 하고 싶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시내에는 바르샤바 국립대학이 있다. 구시가지(Stare Miasto라고 한다)의 카페 거리에 인접해 있다. 쌀쌀한 10월의 어느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보았다. 일몰의 은은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순간 울로 짠 털모자를 쓴 키 큰 여학생이 선글라스를 쓰더니, 무심한 표정으로 자전거에 앉아 머리카락을 찰랑찰랑 휘날리며 지나갔다. 찰나의 생동감과 눈부심을 여전히 기억한다. 


쇼팽 박물관은 여기서 가깝다. 4층짜리 아담한 석조 건물이다. 폴란드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쇼팽을 기념하는 박물관 말이다.

대표적인 체험형 전시, 쇼팽 박물관 내부의 부스

이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랙티브(interactive) 하다는 점이다. 즉, 체험형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전시물 앞에서 쇼팽의 육필 악보를 터치하면 그의 음악과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게 뭐 대수라고?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관람객이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경험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런데 쇼팽 박물관에 들어가 꼼꼼히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음악, 슬픔과 희망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차근차근 이해하게 된다. 체험하면서 느끼다 보니 박물관을 빠져나올 때쯤이면 그의 전기 한 권을 오감으로 흡수한 느낌이 든다.


몇 해 전 조성진이 쇼팽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쥐면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무려 5년마다 바르샤바에서 개최되는 이 콩쿠르는 그 우승자들의 면모(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를 보면 피아노 콩쿠르 중의 최고봉이다. 나는 조성진이 쇼팽 박물관을 가보았으리라 확신한다. 특히 콩쿠르 당시 조성진의 폴로네즈(polonaise) 연주는 이 박물관을 다녀와서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만 같다. 글을 쓰는 지금도 당시 박물관에서 귀에 맴돌던 폴로네즈가 기억난다.

조성진의 경연 당시 폴로네즈 연주


이 쇼팽 박물관은 바르샤바를 특별한 곳으로 기억하게 해 준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였다.  박물관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디지털 에디션도 올라와있다. 한번쯤 보는 것도 좋겠다.


바르샤바에는 "와젠키"라는 드넓은 공원이 있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고 공원 내에서 커피를 마셔도 좋을 것이다. 교외로 조금만 나가면 "빌라노프 궁전"이 있다. 여름 별장이다. 1683년 9월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오스만투르크군의 포위에서 구출해 유럽 문명을 구한 군주라는 명성을 얻은 얀 3세가 왕비를 위해 지은 곳이다. 폴란드의 베르사유 궁전으로 불린다. 아담한 정원과 호수도 사진을 건지기 그만이다.

왼쪽 와젠키 공원, 오른쪽 빌라노프 궁전


맛있는 한끼를 먹고 싶다면 "산 로렌조" 식당을 가보기를 권한다. https://www.sanlorenzo.pl/en/ 이태리 식당인데, 감히 평하자면 왠만한 이태리 현지 식당보다 더 나았다. 마블로 치장된 내부의 인테리어도 멋지다. 비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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