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추억

by 창가의 토토

내가 아빠를 미워한 이유만 계속 쓰고 있으니 아빠가 많이 억울하실 것 같아요.

분명 아빠가 저에게 사랑을 표현하신 적도 있을 테니까요.

그럼 그 기억들을 찾아가 볼까요.

어릴 때..

아주 어릴 때는 제가 아빠를 아주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

엄마는 장사를 다니셔서 아빠는 종종 저를 데리고 외출하셨죠.

그럴 때면 제가 아빠한테 꼭 붙어서 아빠의 잠바 안에 손을 집어 넣고 가슴팍을 만지곤 했죠.

그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저와 아빠에겐 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고 아빠도 굳이 하지 말란 말도 안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그 모습을 본 아빠의 지인이

“뭔 딸내미가 아빠 옆에 딱 붙어서 아빠 가슴을 그렇게 쪼물락 거리고 있냐?”

농담처럼 놀리듯 하시는 말씀에 깜짝 놀라며 손을 뺐지요. 남들 보기엔 ‘그게 이상해 보이는 건가’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리고 그 이후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죠.

어릴 때 탄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자라면서 줄곧 타인의 시선과 말을 신경 쓰거든요.

내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고, 남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그 방향으로 끌려가는 것 같아요.

그게 절대적인 사랑을 많이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타인에게 사랑받는 방법이거든요.

‘타인에게 맞춰주기.’

그래서 전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저는 아직도 무슨 일이 저에게 맡겨지면 ‘ 이렇게 하면 남들이 좋아할까?’가 첫 번째 기준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정말 그렇게 살고 싶지 않고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또 이런 기억도 있어요.

어느 여름날, 유난히 배가 많이 나온 아빠가 웃통을 벗고 낮잠을 주무실 때 아빠 배꼽에 손가락을 몰래 껴고 놀았거든요.

그러면 아빠는 주무시다가 깜짝 놀라곤 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종종 했던 놀이로 기억이 남아요.

제가 그런 장난까지 서슴지 않고 쳤다는 건 우리가 꽤 친했던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또 장사 다니시던 엄마를 대신해 점심때 떡국도 끓여주시고 라면도 끓여주셨더랬죠.

어쩌면 아빠도 나름 엄마의 자리를 채우려고 많이 노력하셨던 걸까요?

어린 저에게 아빠는 아빠이고 엄마였던 것 같아요.

언니 오빠들은 이런 추억이 없으니 저를 부러워할까요?

언니 오빠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도 아빠는 막내인 너를 예뻐하셨다. “

그럴 때면 ‘아니라며 난 아빠랑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부정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언니 오빠 말이 맞는 것도 같네요.

아빠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다 보니 저는 아직도 철들려면 멀었네요.

세상에 자기 자식을 미워하는 부모가 있을까 싶어요.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긋났던 거겠지요.

우리 아이들도 내가 표현을 서투르게 해서 엄마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 모르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드네요

아빠가 어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또는 자식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제가 어릴 때 아빠는 저를 많이 사랑하시고 예뻐하신 것 같아요.

아빠의 대한 좋은 기억을 저의 마음 밭에 단단히 심어봅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