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빠를 그리워합니다.
아빠를 생각해 봅니다.
아빠는 무엇을 좋아하셨나?
아빠는 어디에서 기쁨을 얻으셨나?
아빠는 사람을 좋아하셨죠.
아빠 주위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지요.
친구분들도 많으셨고, 따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저는 아빠를 미워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빠를 좋아하는 걸 몰랐어요.
제 눈에 비친 아빠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았거든요.
엄마는 9남매 중 둘째 딸이신데, 외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엄마 위로 있으신 이모도 남편과 일찍 사별하셨어요.
어찌 보면 외가에서 가장 큰 어른이 아빠셨던 거죠.
외가 식구들은 참 우애가 깊었어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제사 때뿐 아니라 날이 좋은 봄이나 가을에도 엄마 아빠에게 놀러 오시라며 자주 전화하셨고 엄마 아빠가 가시면 꼭 용돈도 챙겨드리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시며 극진히 대해주셨어요.
그걸 보며 저는 엄마에게 항상 말했어요.
“아빠를 누가 좋아해? 다 엄마 덕이지.
이모나 외삼촌들이 뭐 아빠가 좋아서 엄마 아빠를 초대하겠어? 엄마가 좋아서 초대하시지! “
저는 정말 그렇게 믿었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알았어요.
그 가족들이 아빠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요.
장례식장에서 큰 외숙모는 저에게 말씀하셨죠.
“이제 내 편이 사라졌다.
우리 아홉 남매가 가끔 의견 충돌이 생길 때 아빠가 충돌을 조정해 주셨고, 내 편이 되어 동생들에게 싫은 소리도 해가며 우리를 하나 되게 해 주셨다. “
입관할 때 막내 이모는 형부가 아닌 부모를 잃은 심정으로 슬프게 울었어요.
그때 알았습니다.
이 분들은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하셨고, 아빠가 그 가족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존재였는지요.
아빠는 가끔 이런 말씀도 하셨지요.
“밖에 나가면 모두 다 나보고 좋다고 해.”
저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지요.
‘흥! 아빠 같은 사람을 누가 좋아해!
그런데 그게 진짜였더라고요.
어쩌면 아빠는 우리 가족들에게서 보다 다른 가족들에게 더 인정을 받으셨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빠는 엄청 똑똑하신 분이셨죠.
80세인데도 스마트폰을 저보다 더 잘 다루셨죠.
검색도 잘하시고 유튜브를 찾아 요리레시피도 검색하셨죠.
엄마는 그걸 질색하셨지만요.
60년 넘게 살림을 살아오신 엄마는 엄마만의 방식이 있는데 아빠가 자꾸 새로운 레시피를 내미시며 그 방식으로 하기를 권하신다고 별 걸 다 간섭한다며 저에게 아빠흉을 보기도 했지요.
어쩌면 아빠는 엄마에게 잘난 척을 하며 인정을 받고 싶으셨거나, 아님 그걸 빌미로 엄마랑 대화를 하고 싶으셨을까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장례식장에서 주인 없는 핸드폰을 보는 순간 저는 아빠가 이 세상에 함께 하지 않으신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
아빠의 핸드폰은 항상 아빠 손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화장실에도 가져가신다고 엄마가 미워하셨는데 그 핸드폰이 장례식장 바닥에 주인을 잃고 홀로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어쩌면 아빠도 많이 외로우셨을까요?
가족들에게는 지은 죄가 많아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기에 더 큰소리를 내고 더 센 척을 하셨을까요?
생각할수록 아빠를 ‘방치’ 한 것만 같아 죄송하고 죄송할 뿐이네요.
늦었지만 ..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할게요.
아빠 미워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했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