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댁들은 금가루 뿌린 것만 드시나요?
“우린 그런 거 안 먹어~”
( 세상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로
나름 교양 있는 말투로 )
“우린 *그런 거* 안 먹어~”
신혼 초 결혼 후 첫 명절이었다.
나는 그때 무직 상태였으므로 나 먼저 시댁으로 오라셨다.
아직 너무 불편하고 어려운 시어른들을 혼자 방문하기가 참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왠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뭐라도 정성 들여 가져가고 싶었다.
우리 친정은 전라도라 젓갈류를 참 좋아하셨다.
그중에서도 조개젓이 밥상에 참 자주 올라오는 찬이 었는데, 친정 엄마는 조개젓을 무칠 때 식초와 청양고추를 꼭 곁들였기 때문에 비린 맛도 나지 않았고, 조개젓 사이사이에 있는 매운 청양 고추를 건져먹는 맛이 나는 좋았다.
마침 무치지 않은 조개젓이 있어서 그걸 나름 솜씨를 발휘해서 가져가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때 자가용은 남편이 썼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가야 했고 시댁까지는 세 시간 정도 소요됐다.
젓갈을 무치면서 내가 상상했던 리액션은
“그래 잘 먹을게~” 라든가 아님 맛이라도 보면서 “응 맛있게 잘했네~“였다.
그런 한마디를 들으면서 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
그런데 그걸 전하는 순간 어머님이 마치 세상 처음 보는 음식인 양 눈을 크게 뜨고
“이게 뭐야?”라고 물으셨고
“조개젓이에요. 제가 무쳤어요” 하니까
“응, 우린 이런 거 안 먹어~” 하며 받자마자 냉장고 어딘가로 쑤셔 박아버렸다.
순간 뭔지 모를 수치심과 무시당하는 느낌이 확 몰려와서 얼굴까지 빨개지는 것 같았다.
아마 그 이후로 절대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다가 존재마저 잊혀진채로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가 이사 가는 날 쓰레기통으로 버려졌겠지.
그 걸 받자마자 어머님이 한 말과 행동이 결혼 20년 차가 된 지금도 상처로 남아있다.
내 정성과 마음이 쑤셔 박히는 기분이 들었고,
우린 이런 거 안 먹어~라는 말은 마치 너네 집과 우리 집에 경계를 긋는 말 같았다.
우리 친정은.. 맞다.. 가난했다.
그에 비해 시댁은 우리보단 살만했지만 그렇다고 뭐 어디 내놓을 수준의 으라짜짜한 집도 아니면서..
우리 친정과 나를 경제적으로 상당히 무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이런 거 안 먹지만, 니 정성을 봐서 한 번 먹어 줄 수도 있는 거고,
또 이제껏 안 먹어봤으니 이제부터 한 번 먹어 볼 수도 있는 것을..
너무나 자존심이 상해서 그 시절 남편한테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지금은 싸울 때마다 나오는 레퍼토리인데 물론 남편은 그때의 내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극 T 이므로..
나중에 우린 그런 거 안 먹는 집이 무슨 젓갈을 먹나 했더니 금가루 바른 젓갈도 아니고 자기네는 명란젓만 먹는단다.
나는 명란젓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