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carpe diem).
보통은 ‘현재를 즐겨라’ 뜻으로 해석되는 라틴어이다. 감동의 여운이 커서 맘속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알려준 경구로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현재를 즐겨라’라고 해서 띵가띵가 인생을 즐기라는 말은 아니고, 때를 놓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번뜩 스치며 명쾌한 해답이 되어주던 '카르페 디엠'. 내가 이 말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 속 키팅 선생이 "네가 좋아하는 걸 하며 살아라, 헛된 것보다 참된 가치를 추구하며 때를 놓치지 말아라"라고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곤 했다.
어젯밤부터 천둥 번개까지 동반하고 굵은 장대비를 뿌리던 하늘이, 평정을 되찾은 듯 짙은 잿빛이 희멀건 색으로 변해간다. 요즘은 남는 게 시간이라 별도로 휴가라 붙일 것도 없지만 매년 요맘때면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름엔 긴 여행 대신 서울 근교로 가볍게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여행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했던가? 이 본능대로라면 역마살은 누구든 통용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선택이다. 암튼 난 역마살을 애용하는 편이다.
과거엔 사주팔자에 역마살이 끼어있다면 필시 듣기 좋은 소리는 물 건너갔지만, 지금은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늘 분주하게 돌아다닌다는 것으로 풀이한다고 한다. 내 사주팔자는 잘 모르지만, 역마살이 있는 게 분명하다.
돌이켜 보면, 혼자든 친구들과 함께든, 훌훌 떠날 수 있었던 든든한 백그라운드는 남편과 아들의 내공이 만만치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내 자리가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이 없어 보일 때면 나의 존재감에 대해 좁쌀만 한 의문도 가졌지만, 내 유무와 상관없이 평소에도 그들은 내 손길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아우라가 느껴질 만큼 자신들의 일은 척척 알아서 챙기고 관리를 잘했다.
암튼, 그런 남편과 아들의 배려는 매번 행복지수로 연결되었고 때론 좋은 남편과 듬직한 아들을 둔 복 받은 여자가 되기도 했다.
짧든 길든 여행이 좋은 건 돌아올 자리가 있음이다. 소싯적부터 빨빨거리고 나돌기를 즐긴 덕분인지 여행 뒤끝 피로 해소도 빠르다. 체질도 타고난 편이다. 땅, 하늘, 구름, 산과 바다를 거닐고 넘나드는 즐거움은 중독성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중독성은 모든 길이 삶을 잉태하고 있고 삶과 인연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떠남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 속에 새로움이 있고 풍경이 만들어 낸 길 따라 삶도 이어진다.
곧게 뻗은 길이 있고, 휘어져 굽은 길도 만난다. 색다른 풍경과 만남만으로도 산뜻해지는 청량감이 좋다.
무딘 감성의 더듬이가 촉을 발휘하는 설렘이 좋고, 나도 모르게 열리는 기대감에 들떠 있음을 좋아한다. 더불어 건강함에 감사까지. 카르페 디엠(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