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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녜스 Jul 14. 2020

감정의 편애는 편집


이틀 동안 질척 질척 쏟아지 비가 멈췄다.

물먹은 표정으로 서 있는 회백색 건물이 우중충하다.

푸념은 어쩌다 한번 하고 말일이지만 며칠은  

감정이 엉켜서 마음이 아프고 불편했다.

모든 원인의 결과는 있을 터지만 감정의 편애는 나만의 편집된 버전으로 남겨둔.

복잡한 삶이 흑백논리처럼 이분법만으로 해결될 일이던가?

사람도 모순덩어리요, 결함 투성이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살면서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은 개인의 역량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치도 그러하다.


세상은 다양하고  보고 느끼는 것도 십인십색이다.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면 오해를 받기도 하고 때론 본의 아니게 그것이 왜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세상은 만만치 않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지삶의 기준은 자기가 정한다. 가치의 우선순위는 선택하는 자의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타인이 판단해야 할 몫은 아니다.

삶의 안녕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을 해야 하지만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사회적 상황과, 상호관계 속에서 종종 선택의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택의 과오는 오롯이 자기의 몫이다.


옛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생태계의 절대불변의 진리인 듯 보이는 말이다. 과학이 발달한 지금엔 유전자 개조와 조작이 가능해진 터라 원인에 따른 당연한 결과에 대한 비유로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으니 자신이 세상에 뿌린 말과 행동의 씨앗은 뿌린 자의 몫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긍정의 씨앗은 긍정의 열매로 맺고, 부정의 열매는 부정의 열매를 맺고서.


세상의 변화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절실한 덕목이 뭘까?

인간 수양의 근본 덕목으로 노자(老子)의 수유칠덕(水有七德)이 떠오른다.

수유칠덕은 물이 가진 일곱 가지의 덕목에서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찾아 흐르 겸손의 덕,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의 덕,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의 덕,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의 덕, 바위도 뚫는 끈기와 인내의 덕,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의 덕,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의 덕'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수유칠덕이다. 각박해지는 시대에 물이 주는 가르침처럼 흔들림 없는 단단한 마음이 되어 살아갈  있기를 바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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