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이
장난스럽지만은 않은 이유는
실제로 이불 밖 세상에서
몸도 마음도 지치는 일이 잦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이불 밖, 정확하겐 집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어떤 이유로든 의식적으로
나를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된다.
홀로 있던 나는 여럿과 함께 하게 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게 된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 속에서
그럴듯하게 나를 내보이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와
내 방을 찾으면 몸도 마음도 한껏 편안해진다.
차 한 잔을 마시든, 음악을 듣든,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공간의 위치와 크기가 어떠하든
나만의 공간이라는 확신이 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어느 곳에서보다 충분한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아마 그곳에서 보낸 겹겹의 시간들이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오지 않았을까.